[사설] 과학 아닌 정치로 결정된 원전 폐로, 후폭풍 우려된다

입력 2015-06-14 20:30
정부가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를 폐로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의 반대에 밀려 비과학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비판들이다. 사실이라면 앞으로 속속 등장할 수명완료 원전의 계속운전에도 큰 부담이 될 게 뻔하다. 벌써 반핵세력은 이번 폐로 결정을 반원전 운동의 기폭제로 삼을 태세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원전 폐로 기준으로 삼았던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볼 때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운영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고, 2차 계속운전을 해도 1792억~2688억원이 이득일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더구나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조차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기계는 수명이 다 돼도 상태가 좋으면 더 쓸 수 있다”며 “미국 원전 수명은 40년이지만 대부분 20년 연장 승인을 받아 60년씩 운전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흐름으로 보면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안전성과 경제성 대신 정치적 고려에 따라 폐로 결정이 내려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에는 정부와 반원전 세력 간 ‘딜’의 결과라는 얘기도 파다하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대가로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순진하기 짝이 없다. 반원전 세력의 최종 목표는 모든 원전의 폐쇄다. 이번 폐로 결정도 그 길로 가는 투쟁의 디딤돌로 이용할 게 자명하다. 환경단체 등이 정부의 폐로 결정이 나오자마자 일제히 환영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내친김에 다른 원전의 폐로를 압박하고 신규 원전 건설까지 무산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반핵세력이 무슨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신재생에너지로만 가면 된다는 무책임한 소리를 낼 뿐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원전이 갖는 경제적·안보적 중요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도 원전 외 현실적 대안이 없는 게 한국이다. 비과학적 결정은 두고두고 논란을 부른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