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보험사의 은행·증권 '복합점포 입점' 허용해야 하나

입력 2015-06-12 21:18
[ 이태명/이지훈 기자 ]
복합점포에 보험업을 추가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금융권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은행과 증권사에 복합점포 설립을 허용한 데 이어 올해 안에 보험도 복합점포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복합점포는 서로 다른 업권의 금융사들이 하나의 점포에서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금융백화점’이다. 지금은 은행·증권의 복합점포만 허용하는데 앞으로 여기에 보험을 추가한 형태의 복합점포 설립도 허용하겠다는 게 금융위 계획이다. 소비자가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 한 곳에 들러 예·적금 등 은행 상품은 물론 증권사 펀드, 보험 등을 한 번에 상담받고 가입할 수 있는 점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찬반이 팽팽히 맞선다. 은행과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는 찬성하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전업계 보험사는 반대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는 복합점포에 보험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권별로 쪼개진 금융상품을 한데 모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복합점포에 보험업을 넣을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고 반박한다. 우선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만 이득을 본다고 지浩磯? 현행 금융사 지점 체계상 복합점포를 둘 수 있는 곳은 대부분 은행인데, 이 경우 은행들이 같은 지주 계열 보험사 상품만 판매하는 행위가 만연할 것이라는 얘기다.

찬성 / 자산관리 서비스 質 높아져…'불완전 판매' 리스크도 완화

업권 간 이해관계 떠나 소비자 관점서 봐야

금융당국은 지난해 규제 완화 차원에서 금융지주 계열사 간 복합점포 설치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금융지주 자회사인 은행과 증권사가 복합점포를 만들기 시작했다.

복합점포 설치 논의 과정에서 주된 논란은 보험사 포함 여부였다. 금융지주 체제가 아닌 독립 보험사의 반대가 거셌다. 금융위원회는 이 때문에 그동안 판단을 미뤘으나 최근 보험도 복합점포 입점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와 독립 보험사 간 대립의 핵심은 보장성 보험의 판매 허용 여부다. 은행은 그동안 보장성 보험을 판매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면 판매하는 보험 상품 종류를 따져서는 곤란하다. 금융산업의 규제 환경이 업권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개별 업권의 이해관계만 고집하는 것은 무리다.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 문제는 업권 간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은행, 증권, 보험을 포함하는 복합점포를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금융소비자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보험과 연금 비중이 커지고 있다. 복합점포의 설치 목적은 금융소비자가 자산관리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개인 금융자산 중 보험과 연금 비중은 31%에 이른다. 특히 금융회사의 금융상품 판매 방식이 과거 개별 상품 판매에서 이제 포트폴리오 판매로 바뀌는 점을 고려하면 종합 자산관리 측면에서 예금, 투자상품, 보험 등에 대한 조언을 한꺼번에 받을 기회를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복합점포는 방카슈랑스 규제의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현행 방카슈랑스 방식으로는 은행이 보장성 보험을 판매할 수 없고, 영업점당 보험판매 인력도 두 명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복합점포가 허용되면 판매 상품과 인력을 더 늘릴 수 있어 소비자의 보험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또 같은 금융지주 계열의 은행, 증권, 보험사뿐 아니라 서로 다른 금융회사 간 복합점포가 허용될 경우 방카슈랑스 규제가 가진 불합리성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

셋째, 전문가를 통해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 복합점포에서는 은행 직원이 아니라 보험사 직원이 직접 상담·판매를 하게 된다. 은행 직원과 달리 상대적으로 보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상품을 팔면 불완전판매의 불안을 없앨 수 있다. 일각에서는 보험설계사가 고객을 직접 만나 판매하는 것보다 불완전판매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일반 보험설계사도 불완전판매에서 예외일 수 없으므로 복합점포에서만 불완전판매를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불완전판매는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다.


결론적으로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는 점을 고려할 때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금융소비자의 구매 행태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복합점포에서 한 번에 구매하는 것을 원할 수도 있고, 개별 구매를 원할 수도 있다. 금융상품에 대한 구매 행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급자 관점에서의 영업 행태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반대 / 특정상품 몰아주면 선택권 후퇴…'원스톱 서비스' 실효성도 의문

기존 판매 채널로도 소비자 편익 증대 가능

복합점포 논의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복합점포는 지난해 7월 ‘금융규제개혁방안’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은행과 증권사 직원이 공동 사무실에서 동일 고객을 대상으로 종합 상담하는 형태로 처음 도입됐다. 최근에는 복합점포 대상을 보험회사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주장이 가세하면서 복합점포를 둘러싼 논의는 금융업종 간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작 복합점포 실수요자인 소비자의 이해와 편익 증대는 논의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어 문제의 본질이 흐려진 상황이다.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복합점포 문제는 ‘소비자 편의성 제고’,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과연 소비자 입장에서 은행·보험 복합점포를 방문했을 때 어떤 편의성이 있을까.

우선 복합점포에 보험이 추가 입점함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보험상품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 다양성 측면에서 현행 방카슈랑스 제도보다 얼마나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방카슈랑스는 각 보험회사의 판매 비중을 25%로 제한해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반면 복합점포에 입점한 보험회사가 자사 보험상품만 판매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은 크게 후퇴할 우려가 있다.

두 번째로, 해외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실험모델인 보험-은행-증권 간 복합점포 도입을 논하면서 철저하게 시장 검증을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설익은 제도 도입에 따른 시장의 혼선과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방카슈랑스만 하더라도 2003년 도입 이래 10여년이 지났지만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꺾기(구속성 계약)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복합점포 도입으로 방카슈랑스 규제가 완화되고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가 양산된다면 겨우 정착 단계에 들어선 방카슈랑스의 근본 취지마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과연 복합점포를 통해 소비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도입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은행 점포를 찾아오는 소비자에게 보험-은행-증권 상품을 한꺼번에 상담받도록 하는 것이 원스톱 서비스의 주된 목적이라면, 보험설계사를 통한 재무설계나 프라이빗뱅킹(PB), 랩어카운트 등 기존 채널로 얼마든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업종을 한데 모아 소비자의 금융상품 구매 편의를 제고하는 게 복합점포 도입 목적이라고 해도 파이낸셜 플라자 등 기존 통합채널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복합점포 도입 목적과 실효성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볼 때 소비자 편익이 얼마나 제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비자의 실익은 별로 없고 오히려 업권 간 갈등만 조장할 가능성이 큰 복합점포를 확대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지 심도 있는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해관계자와 정책 당국자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정 소비자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가 무엇인지 숙고해봐야 한다.

이태명/이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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