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작동원리 담은 깊이있는 이야기 지속 발굴"
생글생글이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2005년 6월5일자로 제1호를 발행했으니 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생글 창간 당시 전국 단위의 학생 신문은 낯설었으나 이제 웬만한 고등학생이라면 생글을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다. 아마 지금 20대 대부분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생글생글을 읽으며 경제를 공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이 생글을 만든 것은 학생들이 시장경제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합리적인 경제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시장경제 원리를 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경제 정보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판단 능력을 기르는 것이요, 국가적으로는 정책 공약을 제대로 비판하고 선택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안목을 키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경제는 사유재산 제도, 거래 및 이윤 추구의 자유를 기본으로 한다. 누구나 신분과 관계없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시장경제는 지난 수세기 동안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역사상 유례없는 부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였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장경제를 채택한 대한민국과 계획경제를 선택한 북한의 오늘을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시장경제는 인간의 이기성을 근간으로 한 자연적 질서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해결책을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시장경제를 대체할 체제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발견한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국내의 연금 개혁 논란 등을 보면 민주주의 선거제도가 잘못 운영될 경우 시장경제는 치명적인 약점을 보인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이 집단 이기주의와 손을 잡으면 시장은 마비되고 만다.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 등 유럽에서 우리는 이미 그런 현상을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 점심은 한 번 맛 들이면 계속 기대하는 중독성이 있다. 실업자는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실업수당이 올라가기를 기다리고….
선거제도가 잘못 운영되면 경제가 뒷걸음칠 수 도 있다. 혁신 발명이나 시장이 개방될 때 경제는 급속히 성장한다. 이 때 산업 구조조정이 수반되는데 ‘구조조정 산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등장한다. 대형마트라는 새로운 유통업태의 등장으로 설 자리가 좁아진 전통시장.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입 농산물에 밀려나는 농업…. 재래시장을 구하기 위해 할인점을 규제해야 하는가. 일부 정치인은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정의라며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과연 그런가. 역사를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증기기관이 발명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시절, 런던 시내에 증기자동차가 등장하자 당시 주 운송수단이던 마차 이용객이 급감했다. 마차업자들은 증기차 운행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여왕 폐하! 런던 시내에 증기자동차가 많은 시민을 다치게 하고 있습니다. 괴물과 같습니다. 단속해 주십시오!” 요즘으로 치면 아마 청와대 앞에서 마차업자들이 시위하는 장면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시위가 계속되자 여왕은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을 공포한다. ‘증기차가 운행할 때 그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시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일종의 운행 규칙이었다. 영국의 자동차 기술은 어떻게 됐을까. 영국은 증기기관을 먼저 발명했지만 자동차산업 기술은 독일 등 다른 나라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당시 증기차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마차업자들이 다른 산업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했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이처럼 정치적 판단이 개입해 잘못 운영될 경우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인기 영합적인 정치 공약이 나올 때 국민은 이를 판단하고 거부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신기술 신산업의 등장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사회 약자라고 무조건 편들게 된다면 경제가 후퇴할 수 있다. 약자를 돕는 일은 선한 일이지만 선한 의도가 항상 좋을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생글생글은 시장경제가 잘 작동돼 종국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런 측면에서 독자들이 경제정책을 제대로 비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담은 재미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국민의 경제이해력이 곧 국력인 시대다.
박주병 경제교육연구소장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