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제주도 덮친 메르스 공포…바오젠거리 요우커 '반토막'

입력 2015-06-12 13:32
수정 2015-06-12 19:51
청정 제주도 덮친 메르스 우려…요우커 줄며 번화가 바오젠거리 '한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문에 부모님과 친구들이 한국 여행을 말렸어요. 한국에서는 마스크가 동이 났다는 소문에 중국에서 미리 구입해 왔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유엔양씨는 "메르스 사태가 걱정됐지만 제주도는 아직 메스르 확진자가 없다는 말에 계획대로 여행을 오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8시 번화가인 제주시 연동 바오젠(保健) 거리. 평소라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로 한창 붐빌 시간이었지만 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너명씩 짝지어 다니는 요우커들도 마스크를 챙겨 쓴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바오젠 거리를 채운 수많은 한국 화장품점들은 최근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샵 아리따움 바오젠거리점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세 명의 점원뿐이었다. 문을 바라보는 점원들의 얼굴에는 무료함만 가득했다. 다른 로드숍 화장품 매장들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때때로 손님들이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대량구매보다는 필요한 제품만 사서 나가는 분위기였다.

화장품 매장 직원 이모씨는 "입점 고객수가 6월 들어 평소의 30~40% 수준에 그쳤다"면서 "한 달에 800개가량 판매되는 주력제품의 경우 이달 100개도 안 팔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화장품 매장 직원 김모씨는 "이달 들어 집객 수가 떨어졌는데 특히 이번주의 경우 수요일인 10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꺾인 느낌"이라며 "메르스 사태 이후 요우커들이 손 세정제를 빠지지 않고 구입하는 점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를 방문한 요우커들은 각종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국내 메르스 정보를 꾸준히 입수하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여행 온 양첸 씨(가명)는 "서울서 계속 메르스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에 마스크를 꼭 챙겨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고 있지 않은데 걱정되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여타 지역 상인들도 6월 들어 요우커들이 급격히 줄었다고 토로했다. 바오젠 거리에서 수년간 다양한 매장을 운영했다는 한 커피 프랜차이즈 점주는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시작할 때인데 6월 손님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메르스 사태가 터졌는데 빨리 수습되기만 바랄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광업계에 따르면 메르스 여파로 국내외 관광객의 제주 방문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중국과 제주를 오가는 직항 전세기, 정기항공편의 운항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달 30일 입항 예정이던 크루즈선 프린세스 사파이苧@?제주행도 취소된 상태다. 국내 단체 관광객도 메르스 여파로 함께 줄어드는 분위기다. 이번주 제주도를 방문 예정이던 현대·기아차 신입사원 연수단은 제주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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