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 아끼려다 '쇠퇴의 길' 걷는 코닥

입력 2015-06-12 07:00
Let's Master - 비즈니스 의사결정 (1)

세계 최초로 디카 개발 해놓고 비용 많이 든다 제품 출시 안해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혁신 장애물된 대표적 사례



경영 활동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학에서도 다양한 의사결정 툴 내지 이론을 제시하며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는 경영 분야를 넘어 일반인의 보편적인 의사결정 툴로 자리 잡은 SWOT 분석이나 As-is To-be 분석과 같은 고전적인 방법론부터 기존 관습화된 해법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트리즈(TRIZ)까지 다양한 의사결정 방법론이 새로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믿어온 의사결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에 대해서도 전혀 새로운 시각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위해 포기한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기회비용이 가장 적게 유발되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기회비용을 고려한 의사결정은 심각한 한계점을 내포할 때가 많다.

기회비용을 고려한 의사결정이 기업에 가져다줄 수 있는 가장 큰 폐해는 혁신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에 처음 주목한 학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 교수다. 애로 교수는 이미 업계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기업과 신규 진입 기업 중에서 누가 더 혁신적인 기술 도입에 적극적일지를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 애로 교수의 연구 결과는 독점기업보다는 신규 진입 기업이 혁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애로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존 기업의 경우 자신에게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현재의 기술을 포기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크다. 따라서 독점기업이 신기술 도입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술을 사용해 거두고 있는 수익을 초과할 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신생기업은 다르다. 신생기업은 신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포기해야 할 기존 설비투자나 인력 규모가 크지 않다. 다시 말해 기존 기업에 비해 신기술 도입시 유발되는 기회비용이 작다. 따라서 신규 기업이 기존 기업보다 혁신적인 시도 내지 도입에 좀 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잘못된 의사결정 사례로 흔히 언급되는 회사가 코닥이다.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기존 필름시장을 버리지 못해 쇠퇴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코닥 경영진이 디지털 카메라라는 신기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 역시 신기술 도입으로 인해 포기해야 할 필름시장에서의 기회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빌 게이츠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스마트폰 출현을 일찍부터 예언한 바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S가 급속히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내부 핵심 인력과 기술진을 모바일 쪽으로 옮겼을 때 발생할 기회비용이 그 어느 회사보다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회비용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경영 현장에 가져다줄 수 있는 폐해는 더 있다. 기회비용은 시장 가치에 따라 계산된다. 따라서 의사결정과 관련된 사안들의 시장 가치가 바뀔 경우 한순간에 결정이 뒤바뀔 수 있다. 계산 주체 내지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부서를 기준으로 기회비용을 산출할 때 고려해야 할 요인과 회사 전체를 기준으로 기회비용을 산출할 때 고려해야 할 요인은 전혀 다를 수 있다. 피터 드러커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기업 중 이익을 거둔 기업은 하나도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드러커 교수의 이런 극단적인 발언은 기업에 투여된 주주들의 자본을 기회비용 관점에서 보다 넓은 범주까지 포괄해 비교한 결론일 것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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