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꽃피우는 기업가 정신
KOTRA, 현지 지사화 사업프로그램
[ 정영효 기자 ]
지난달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과 케냐 정부의 ‘농업 기술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현장. 한국 측이 3억달러어치의 농기계(사진)를 케냐에 수출하고 현지 조립생산 시설을 짓는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국내 최대 농기계업체인 대동공업이 동아프리카 경제대국 케냐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국내 농기계시장의 포화로 대동공업은 해외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2006년 매출의 75.1%(2575억원)였던 내수시장 비중이 작년 48.7%(2937억원)까지 줄었다.
계약을 따낸 박주훈 대동공업 글로벌사업팀 과장은 작년 2월 첫 케냐 방문을 떠올렸다.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나라를 상대로 영업하는 베테랑이지만 케냐는 또 달랐다. 주 정부 초청으로 케냐를 방문했지만 막상 수출 계약은 중앙정부 권한이었다. 중앙정부와의 네트워크가 없던 대동공업으로선 헛심만 쓸 판이었다. 이때 떠올린 게 KOTRA의 현지 지사화 사업프로그램이었다. 전 세계에 무역관을 둔 KOTRA가 해외 지사를 내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의 현지 지사 역할을 맡아 바이어 발굴부터 협상, 계약까지 대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대동공업의 ‘SOS’를 받은 KOTRA 나이로비 무역관은 중앙정부와 접촉을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케냐 농업부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됐다. 지난 3월 케냐 정부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협상한 끝에 MOU를 체결했다. 박 과장은 “KOTRA 덕분에 중앙정부와 연결고리가 없는 대동공업이 케냐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와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 이후 한국 기업들의 케냐 진출이 주춤하자 KOTRA는 한국 기업의 앞마당에서 케냐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달 12~1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식품대전에 아프리카 최초로 케냐 국가관을 연 것이다. 300명이 넘는 바이어들이 케냐의 주력 생산품인 커피와 홍차 수입에 관심을 보였고, 즉석에서 견과류 마카다미아에 대한 두 개 컨테이너 분량의 수출입 계약이 체결됐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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