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부지 선정…어디에 짓나
턱까지 찬 임시저장시설
23기서 연 750t 쏟아져…고리원전 내년이면 포화
핀란드식 처분시설 권고
온칼로 처분장 지하 450m…먼저 지하연구소부터 건설
부지 선정 '진통' 예고
"경주 저준위 방폐장도 가동까지 29년 걸렸는데…"
[ 김재후 기자 ]
1978년 4월29일 지금의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들어선 고리1호기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을 시작한 지 37년이 지난 현재 23기의 원전이 국내 가동 중이다.
정부는 지난 8일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 원전 총량을 36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원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명을 다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곳은 아직 한 곳도 없어 지금까지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에 마련된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11일 정부에 권고한 내용은 각 임시저장시설에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한곳에 모아 처리하는 영구처분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하연구소에 영구처분시설”
사용후 牟Х少?원자로에서 3~5년간 핵분열을 끝내고 교체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 들어가는 핵연료로 건물의 콘크리트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약 1만배 이상의 방사선을 배출한다. 23기 원전 가운데 경수로인 19기에선 1만4984다발, 중수로 4기에선 약 38만1900다발이 매년 쏟아진다. 무게로 따지면 750t가량에 달한다.
이렇게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아직 갈 곳이 없어 각 원전에 임시저장시설을 설치해 쌓아놓고 있다. 정부는 임시저장시설도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고리3호기는 올 1분기 기준 임시저장시설의 91% 이상이 차 있는 상태다. 정부는 조밀하게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고리원전들의 경우 내년에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원회가 이번에 정부에 권고한 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만들어 2051년부터 운영에 들어가라는 것이다. 영구처분시설은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미국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 가운데 핀란드식에 가까운 권고를 했다. 이를테면 영구처분시설은 지진 등에 강한 암반이 튼튼한 지역과 원전이 몰려 있어 사용후핵연료 이동이 용이한 지역에 부지를 선정해 지하 깊숙이 건설하라는 것이다.
핀란드 온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지하 450m 깊이에 건설되고 있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저준위 방폐장이 이미 있고 주변에 원전이 몰려 있는 지역이 해당되지만 위원회는 “부지와 관련해서 아직 결정된 바 없고 이후에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짓기 전에 지하연구소를 먼저 지으라는 내용도 있는데 핀란드 온칼로처분장이 그렇다. 지하연구소는 영구처분시설이 들어설 곳의 지질 연구 등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2020년까지 지하연구소 부지를 선정하도록 위원회는 정부에 권고했다.
○연구소 부지 선정부터 논란일 듯
지하연구소 부지와 관련, 위원회는 ‘영구처분시설 부지 혹은 부지조건과 유사한 지역’이라고 못박았다. 홍두승 위원장은 “지하연구소 부지를 선정하고 시간이 흐른 뒤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며 “스웨덴처럼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곳에 확보되면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 위원회는 영구처분시설의 완공이 늦어질 경우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하연구소에 2020년부터 처분전보관시설을 건설해 보관하는 내용도 권고안에 담았다. 영구처분시설에 짓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5년 뒤 지하연구소 부지 선정 시한을 앞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현재 경주에 있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원전에서 사용된 장갑 옷 등을 처분하는 저준위인데도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며 “고준위 방사성폐기장일 경우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용후핵연료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원전에서 사용한 장갑, 옷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과 구별된다. 우라늄 제논 세슘 플루토늄 등과 같은 맹독성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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