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르스 과민반응이 경제 쇼크 키우고 있다

입력 2015-06-11 20:33
연기만 보이는데 모두가 “불이야!”라며 한꺼번에 좁은 출구로 내달리는 꼴이다. ‘중동감기’ 메르스에 대한 과민반응이 그렇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큰 것은 우리 스스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소비위축세가 심각하다. 이달 7일까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동기 대비 백화점 매출 17%, 영화관람객은 55%나 줄었다. 프로야구 관중(-39%), 놀이공원 입장(-60%), 박물관 관람(-82%)도 크게 위축됐다. 세월호 사고 때보다도 훨씬 더하다.

단순히 경계심 제고나 체계적인 대응촉구 차원을 넘어 흥분심리를 자극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시도까지 횡행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자학적으로 스스로 내수를 파괴하는 이런 ‘무서운 나라’로 중국 관광객들이 왜 찾아오려 하겠나. 이달에만 한국 방문 취소 요우커가 1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가뜩이나 일본에 관광객을 뺏기던 터에 중동감기 소동이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서울, 성남 등 일부 수도권 시장들과 교육감들의 무책임한 공포조성 정치쇼도 그렇다. 전국의 휴업학교가 2431개나 된다. 전염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학교 밖의 학생들은 밀폐된 PC방이나 노래방으로 몰려다니기 일쑤다. 위생교육을 강화하고 집 밖으로 나다니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학교의 책무는 방기한 채 오히려 위험지대로 내몰았다. 학교 내에서만 질병이 발생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무책임에 다름 아니다. 오죽하면 방한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도 수업재개를 강력히 권고했다. 중동감기가 학교와는 무관하다는 그들의 과학적 접근에 부끄러울 뿐이다.

5월 취업자가 37만9000명 증가하며 5개월 만에 고용시장이 반짝 살아나던 판에 작위적인 ‘메르스포비아’로 발목이 잡혀버렸다. 늘 정략적 계산부터 하는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정치꾼들, 냄비 같은 언론이 앞장서 조성한 비이성적 공포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흥분과 공포로 내수를 죽이면 연 1.50%로 내린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도, 재정확장 정책도 다 소용없다. 어제는 경제5단체장들도 “국민 우려가 커지고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심리 위축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며 정상적인 경제활동 유지를 호소했다. 평상심을 되찾아 일상의 업무에 매진해야 한다. 학교부터 즉각 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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