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위의 중국 안방보험 승인, 질질 끌 일 아니었다

입력 2015-06-11 20:33
금융위원회가 3개월여 고심 끝에 중국 안방(安邦)보험의 동양생명 인수(지분 63%)를 엊그제 승인했다. 애초부터 오래 끌 사안이 아니었다.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했으면 승인해주는 게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외국자본을 우대할 이유도 없고, 반대로 홀대할 이유도 없다.

그동안 금융위가 승인을 망설인 데는 투자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 탓이 컸다. 중국은 외국자본의 생명보험사 지분한도를 50%로 묶었는데, 국내 생보사는 마음대로 가져가도 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보험업법상 상호주의를 이유로 외국자본의 진출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게 금융위의 결론이다. 외국인의 투자나 금융거래는 다 허용하면서 경영권 인수만 금지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법에도 없는 기준을 들어 인허가를 지연시키는 게 바로 관치다.

국내 금융회사를 중국 본토 자본에 최초로 파는 게 꺼림칙한 것이라면 더 문제다. 국내 보험사 중 8곳이 이미 미국·유럽계 자본에 넘어갔다. 구미자본은 되고 중국자본은 안 된다는 것은 차별이자 이율배반이다. 안방보험이 국내에선 생소하고, 정치적 배경이 거론되는 게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방보험은 네덜란드 벨기에의 보험사를 인수했고 미국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도 사들인 회사다.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가뜩이나 초저금리로 국내 금융시장은 활력을 잃어가고 외국자본들이 속속 떠나는 마당이다. 여기에 새로운 자본이 들어와 시장의 치어리더 역할을 해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팔아야 할 금융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물론 론스타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안방보험이나 동양생명이 향후 국내 법규 위반 등 문제를 야기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리면 그만이다. 국내 금융회사는 밖으로 나가라고 떠밀면서 안으론 빗장을 걸라는 반(反)외자정서는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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