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재정장관 "개혁 원하면 KBS 다큐멘터리 꼭 봐라"
세계 속 중국파워 분석
동영상 조회 4000만건…중국 핵심지도부도 시청
서울대서 워크숍 개최…참석자 절반이 중국인
[ 오형주 기자 ]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 장(장관)이 최근 베이징 칭화대 강연에서 지난 1월 KBS 1TV가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화두로 삼았다. 그는 “한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슈퍼차이나’를 보면 아르헨티나의 팜파스 목초지가 중국 수출을 겨냥한 콩밭으로 바뀌고 있다”며 “식량은 얼마든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있는 만큼 농업보조금 축소 등 농업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장관이 한국 다큐멘터리 내용을 근거로 중국 농업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슈퍼차이나’가 중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슈퍼차이나 열풍으로 본 중국사회의 이해’를 주제로 지난달 27일 서울대에서 열린 국제 워크숍 참석자 100여명의 절반 이상은 국내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학자와 언론인, 유학생이었다. 강명구 아시아연구소장(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이렇게 많은 중국인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예상 뛰어넘는 한국 다큐 열풍
슈퍼차이나는 “세계를 움직이는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힘을 확인하겠다”며 박진범 PD 등 KBS 제작진이 지난해 1년간 세계 20개국을 돌며 제작한 8부작 다큐멘터리다. 국내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은 8.38%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더 큰 성공 소식을 전한 것은 중국이었다. KBS가 중국 내 방송사에 정식으로 판권을 판매하지 않았음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중화왕(中華網)’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4000만회가 넘는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러우 부장 등 중국 핵심 지도부가 해당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중국 국영 CCTV는 춘제 연휴기간 이 프로그램 소개에 37분을 할애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주요 매체의 제작진에 대한 인터뷰 요청도 빗발쳐 박 PD는 매체를 선별해야 할 정도였다.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제작진이 중국에서 펴낸 책 ‘슈퍼차이나’의 판권은 한국 도서로는 가장 높은 가격인 30만달러(약 3억3200만원)에 팔렸다. 한 콘텐츠업체 관계자는 “중국 콘텐츠시장 특성상 다큐멘터리 자체는 해적판으로 소비돼 KBS와 제작진이 한푼도 못 건졌지만 책 출판으로 어느 정도 실속을 차렸다”고 전했다.
○한국의 중국관이 궁금한 중국
지난달 27일 서울대 워크숍에 참석한 중국 학자들은 인기의 비결로 외부 시선과 평가에 민감한 중국인의 특성을 들었다. 류중보(劉忠波) 난카이대 교수는 “중국에는 ‘남들이 좋다고 평가해야 정말로 좋은 것’이라는 속담이 있다”며 “다큐멘터리를 통해 중국인들은 이웃인 한국이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보는지 잘 알게 됐다”고 했다.
프로그램의 내용이 한국의 주류 시각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리난 촨메이대 교수는 “다큐에서 삼성전자 연구소가 시안(西安)으로 이전한 사례가 나오는데 한국이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시진핑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유럽과 중동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국제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 구상에 동참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위기나 기회 중 하나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며 “슈퍼차이나는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에 비교적 가까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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