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자회사 SK루브리컨츠를 두고 기업공개(IPO) 주판알을 튕기던 SK이노베이션이 매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이 재무구조 개선에 필요한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더 '빠르고 확실한' 카드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 지분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각 금액은 3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SK루브리컨츠는 윤활기유 생산 규모 세계 3위 업체로, 엔진오일 브랜드 '지크(ZIC)'로 유명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2012년 이 회사에 대한 IPO를 예고했었고, 올 들어 3년 만에 증시입성이 가시화되고 있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SK루브리컨츠의 상장예비심사를 진행 중이다.
◆'급한 불' 끄기…신용등급 강등 막아라
이처럼 SK루브리컨츠의 구체적인 상장 시기에 관심이 쏠린 상황 속에 돌연 매각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를 앞두고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SK이노베이션에게 가장 우려되는 점은 국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라며 "다음 달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중간 점검이 있을 예정인데 신용 등급 강등을 막기 위해서 급하게 현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8조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을 6조원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정 사장은 차입금 감소 방안으로 적극적인 비핵심자산 매각에 대해 언급한 바있다.
◆IPO보다 매각이 더 좋은 '카드'…SK이노베이션 주가에도 호재
전문가들은 현금 조달 측면에서 SK이노베이션이 보다 '빠르고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SK루브리컨츠의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IPO시 적정가치를 평가받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현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면 현 시점에서는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매각을 선택하는 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SK루브리컨츠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086억원으로 1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96억원으로 21% 감소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윤활유 가격 하락과 판매 마진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처음 IPO를 추진하던 2012년보다 SK루브리컨츠의 상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평가)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낮아진 밸류에이션과 구주 매출 등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IPO보다 매각 쪽이 더 안정적으로 많은 현금을 확보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자회사 매각 이슈는 SK이노베이션 주가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 SK루브리컨츠의 자산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알려진 매각 대금은 2조5000억~3조원으로 SK루브리컨츠 장부가의 2.1~2.5배 수준에 달한다"며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평가된 자산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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