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못짓자 136조원 해외로
지방 가느니 투자 포기 많아
[ 정인설 기자 ]
수도권 규제로 지난 6년간 1만2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장을 해외로 옮기거나 투자를 포기한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의 세 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08년 수도권 규제가 일부 완화된 뒤 수도권에 투자 의사를 밝혔던 118개사를 대상으로 투자계획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중 62개 기업이 2009년부터 작년까지 수도권 투자를 보류하거나 포기해 3조3329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1만2059개의 일자리가 날아간 것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추산했다. 이 기간에 수도권 규제로 투자계획을 철회했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기업은 28개에 달했다. 이는 지방으로 옮긴 기업(9개)의 3.1배에 달한다.
인구와 경제력이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국토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수도권 규제의 취지와 달리 기업을 해외로 내쫓거나 투자 의욕을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수도권 규제로 수도권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도 늘고 있 ? 2009년부터 작년까지 수도권에서 빠져나간 해외 직접투자 누계액은 1227억5600만달러(약 136조원)였다. 수도권에 있는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데 사용한 돈이다. 이 돈은 같은 기간 외국 기업이 수도권에 투자한 금액을 뜻하는 수도권 내 외국인 직접투자 누계액(469억8000만달러)의 2.6배였다. 지난 6년간 수도권에서 빠져나간 해외 직접투자액은 연평균 12.53%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4.99%)과 전국 평균(10.02%)을 웃돈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수도권 규제 외에도 생산원가 절감, 제품경쟁력 강화 등의 이유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수도권 규제가 해외 투자가 증가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수도권 투자를 포기하거나 보류한 8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2%가 ‘수도권 규제 때문에 수도권 투자를 접었다’고 응답했다. 경기 침체 및 업황 악화(18.7%), 경영계획 변경(11%) 같은 경영환경 변화보다 수도권 규제가 더 큰 투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양 실장은 “수도권 규제를 시행하면 수도권 기업들이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해 국토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국내 투자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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