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힐링 비법은
권투로 마음 단련…숱한 부도 위기 이겨내
중학생 시절 방황할 때 권투 도장 코치가
"이 순간만 참아보라"며 격려해준 게 마음잡은 계기
[ 김선주 기자 ]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62·사진)은 의류업계에서 승부사로 손꼽힌다. 고가와 저가로 양분된 여성복시장의 틈새를 노려 크로커다일레이디로 30~50대 여성 캐주얼 의류 부문을 개척했다. ‘새 브랜드를 띄우는 것보다 한 번 망한 브랜드를 되살리는 게 더 어렵다’는 업계의 정설을 뒤집고 부도를 맞았던 샤트렌을 인수해 1000억원대 브랜드로 되살려내기도 했다.
형지는 동대문시장의 한 평(3.3㎡) 점포에서 출발해 연매출 1조원대 종합의류·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최 회장은 성공의 원동력으로 ‘헝그리 정신’을 꼽는다.
환갑을 넘은 그가 서울 역삼동 집무실 옆 작은 정원에 샌드백을 매달아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회장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샌드백을 치면 가슴이 뻥 뚫리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말한다. “권투를 하면 아무리 복잡한 일도 원점에서 검토할 수 있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 ?rdquo;는 설명이다. 신입사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도 투지다.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에 산행과 같은 극기 훈련이 포함돼 있는 이유다.
크로커다일레이디를 육성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틈새를 노리는 ‘아웃복서 전략’을 활용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크로커다일레이디는 ‘한국 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여성복 부문에서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최 회장에게 권투는 운동의 의미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다. 부친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 중학생 때 가장이 된 그는 부산 국제시장에서 삼촌의 페인트 가게 일을 거들며 방황하기도 했다. 힘들 때 집 근처 권투 도장의 한 코치가 “이 순간만 참아보라”며 격려해준 게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패션그룹형지의 전신인 크라운이 1993년 부도를 맞았을 때, 1997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휘청거릴 때도 권투는 최 회장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자포자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다부진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건 어릴 때부터 권투로 단련해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여성복 강자’로 만족하지 않고 2012년 남성복업체 우성I&C, 2013년 교복업체 에리트베이직, 쇼핑몰 바우하우스, 여성복업체 에모다를 잇따라 인수하며 종합의류기업으로 자리 잡은 데도 이런 도전정신이 밑바탕이 됐다. 지난해 프랑스 명품브랜드 까스텔바쟉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제화업체 EFC(옛 에스콰이아)를 인수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활발한 행보 덕분에 패션그룹형지는 많은 토종 의류업체가 적자에 시달렸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6%, 15.8% 늘리며 순항했다. 계열사인 토종 여성복 브랜드 샤트렌은 지난해 985억원이던 매출 목표를 올해는 1050억원으로 높여잡았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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