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 '국회법 중재안' 제시
새누리 "반대할 이유 없다"…새정치연합 "검토해보자" 우세
반발하는 강경파 설득이 변수
청와대 "수정안 넘어오면 따져볼 것"
[ 은정진 기자 ]
정부 시행령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에 부여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출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의 일부 문구를 수정한 자체 중재안을 내놓자 여야가 내부 조율에 나섰다. 정 의장은 11일 또는 12일 법 개정안을 정부에 넘길 예정이다. 정 의장은 다양한 경로로 새정치민주연합에 수용을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이 내놓은 국회법 개정안 수정안은 시행령 등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표현을 ‘요청한다’로, ‘처리한다’를 ‘검토해 처리한다’로 바꾸는 게 골자다. 의장실 관계자는 9일 “강제성을 완화한 표현”이라고 했다. ‘요구’는 그 대상자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반면 ‘요청’은 강제성이 상당 부분 희석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회의 시행령 조정 요구 그대로 ‘처리’하기보다 자체 검토 여지를 두자는 것은 정부의 재량을 인정해주는 뜻이 있다고 의장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장 중재안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야당이 어떤 입장을 정할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회법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여야의 공감대가 있다”며 여야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새정치연합은 갈리고 있다.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중재안을 검토해 보자는 주장이 적지 않다. 강경파 설득이 관건이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개정안 수정에 대한) 판단이 서면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넘어와 재의결에 부쳐지면 3분의 2 이상 찬성 땐 재의결되지만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아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부담이다.
그러나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미 국회에서 통과한 안이다. (수정을 검토한다면) 찬성한 211명의 투표가 다 뭐가 되느냐”고 말했다. 또 “당장 원내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검토하자는 것 정도지 찬성하는 건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에 따라 우리는 표결을 하고 원칙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긍정 검토’라고 보도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넘어오지 않았고 중재안이 어떻게 반영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정리된 방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선 정 의장의 중재안이 원안보다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놓고 뒤통수를 맞았다는 기류가 강해 여야 협상을 통해 수정안이 넘어오더라도 꼼꼼히 따져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