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수 기자 ]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아게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결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번 이슈가 현대엘리베이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쉰들러는 9일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자금이 현대상선을 비롯해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현대엘리베이터는 대주주의 그룹 지배권을 유지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파생금융계약을 체결하고, 부실 계열회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고 주장하며 유상증자에 대한 반대 입장를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월29일 2775억원(1차 발행가 기준)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자금은 차입금 상환 및 원재료 매입비, 상해현대 제2공장 설립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4년간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현대엘리베이터의 최근 현금잔고 및 영업이익 예상치는 투자소요액을 충당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기 때문에 유상증자의 목적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쉰들러의 의혹 제기와 반대에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이번 유상증자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정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신주 발행가의 할인율이 높다"며 "2대 주주인 쉰들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반공모에서 소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차 발행가로 설정된 주당 5만5500원은 현대엘리베이터 유증 권리락 기준가 7만7900원보다 28.75% 낮은 수준이다. 신주 발행가 확정일은 다음달 8일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전망도 좋은 상황이다. 재무적투자자에 현대상선 주가하락분을 보전해줬던 파생상품 계약이 종료됐고, 이번 유상증자에 따른 순현금 구조 전환 등으로 본연의 영업가치가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다.
쉰들러의 이번 입장 표명이 유상증자 참여하지 않기 위한 명분 쌓기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대 주주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인수를 노렸던 과거와 달리 현재 쉰들러의 지분은 유의미한 상황이 아니다"며 "인수합병(M&A)과 멀어졌기 때문에 이번 유증에 지분만큼 다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인수 가능성이 있다면 지분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유증에 참여하겠지만, 지금은 이같은 유인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현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31.2%를 가지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11.8%를 포함하면 우호지분이 40%를 넘는다. 쉰들러는 21.5%를 보유 중이다.
쉰들러는 지난해 초 있었던 유상증자에서도 불참하며 신주인수권을 매각해 차익을 챙긴 바 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쉰들러의 유증 반대는 현대엘리베이터 기업가치 및 경영권과 무관한 이슈"라며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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