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 존 크라이언 선임
[ 강동균 기자 ]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뱅크의 안슈 자인, 위르겐 피첸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동반 사퇴한다. 도이치뱅크는 자인 CEO가 이달 30일, 피첸 CEO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5월 물러난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들의 후임은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2013년부터 도이치뱅크 감사위원회에서 일해온 존 크라이언(54·사진)이 선임됐다. 크라이언은 자인을 대신해 공동 CEO를 맡다가 피첸이 떠난 이후엔 단독 CEO로 도이치뱅크를 이끈다.
두 CEO가 동반 사퇴하기로 한 것은 경영실적이 부진한 데다 과징금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해 주주들의 압박이 커졌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도이치뱅크는 올 1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5억5900만유로(약 6977억원)에 그쳤다.
지난 4월에는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를 조작한 것과 관련해 20억유로(약 2조4964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달에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입은 손실을 숨긴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550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최근에는 외환시장에서 환율을 조작한 혐의로 미국 뉴욕주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를 기다리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들이 잇따라 미국에서의 사업을 포기하자 미국 내 투자은행(IB) 업무를 강화했다. 하지만 과징금과 미 당국의 규제 등으로 사업이 오히려 축소됐다. 이에 두 CEO는 투자사업부를 축소하고 소매금융을 담당했던 자회사 포스트뱅크를 분사한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이를 다시 취소해 주주들의 반발을 키웠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역대 최저인 61%의 주주만 사업 계획을 승인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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