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주사라도 맞아야 안심"
사람 몰리며 병원마다 품귀
[ 이준혁 기자 ]
메르스 환자가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늘면서 최근 병원마다 폐렴 예방주사를 맞으려는 사람이 몰려 폐렴 백신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메르스와 관련해 사망한 환자는 주로 고령이거나 폐·신장 관련 질환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첫 3차 감염 사망자로 기록된 36번 환자(82)도 세균성 폐렴이 사망 원인이었다.
대한감염학회가 메르스 확진환자 30여명을 분석한 결과 80%는 감기처럼 앓았고 나머지 20%는 폐렴으로 발전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대부분 폐렴으로 발전한 환자군에서 발생했다. 폐렴으로 발전하지 않은 환자는 고열과 기침, 근육통 증상을 호소하다가 점차 나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시민들은 메르스 합병증인 폐렴 예방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폐렴 백신이라도 접종하겠다며 몰리고 있다. 8일 낮 점심시간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Y내과를 찾은 김모씨(42)는 “메르스가 걱정돼 사람이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하고 있다”며 “폐렴 백신이라도 접종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개인 병원의 폐렴 백신은 사실상 모두 동난 상태다.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유아는 물론 가족 단위의 단체 접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폐렴 예방주사를 맞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광균 여의도 우리편한내과 원장은 “메르스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폐렴에 대비하기 위해 백신을 찾고 있다”며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병원마다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어 확보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동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구균은 건강한 상태에서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메르스 바이러스가 침투해 면역력이 약해지면 신체에서 증식하고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며 “메르스 자체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폐렴구균에 의한 2차 감염을 막는다는 측면에서는 폐렴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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