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토요일인 지난 6일 오전. 휴대폰에서 사이렌처럼 울리는 ‘삐삐삐’ 소리와 함께 여러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국민안전처가 긴급재난문자라는 제목으로 보낸 이 문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예방수칙을 담고 있었다. ‘1.자주 손 씻기 2.기침과 재채기 시 입과 코 가리기 3.발열 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 등’이 내용의 전부였다.
긴급재난문자는 안전처와 이동통신사의 협의에 따라 태풍·호우·폭설·지진 등 각종 재난이 났을 때 행동요령 등을 휴대폰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안전처가 이날 보낸 문자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제목만 메르스 예방수칙일 뿐 기본적인 감기 대처법과 전혀 차이가 없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7일 만에 ‘긴급재난’ 상황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알렸다. 안전처가 메르스와 관련해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지 않아도 불안한 국민을 더 긴장시켰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선 안전처의 이번 문자에 대해 ‘늑장 대 ?rsquo; ‘뒷북 행정’이라고 꼬집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 할지라도 미처 알지 못하는 국민에게 예방수칙을 알리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안전처의 늑장대응은 이뿐만이 아니다. 안전처는 사망자와 3차 감염자까지 나온 지난 2일에서야 이성호 차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이 과정에서 “신종플루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300만명 정도 감염됐을 때 중앙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지금은 중대본을 가동할 단계가 아니다”는 안전처 관계자의 발언까지 공개되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소방, 해양경찰 등의 조직으로 구성돼 질병 관련 분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안전처 직원들의 볼멘소리도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안전처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재난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며 출범한 부처다. 그럼에도 안전처의 행태를 보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라는 표현이 무색해질 정도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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