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은 P&G도 백기 든 자산 29兆 '기업사냥꾼'

입력 2015-06-04 22:25
디폴트 선언한 아르헨티나 몰아붙여 '악명'


[ 좌동욱/정영효 기자 ]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창업주인 폴 싱어 회장(사진)이 1977년 미국 뉴욕에 설립한 헤지펀드다. 싱어 회장은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십시일반 거둬들인 130만달러(약 14억원)의 종잣돈으로 엘리엇을 세웠다. 창업 38년 만에 전 세계에서 260억달러(약 29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대형 헤지펀드로 키워냈다.

2003년 3월 미국의 생활용품 업체인 P&G가 독일 헤어용품 전문기업인 웰라를 인수할 때 반기를 들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대주주에 비해 소액주주의 지분 매입 단가가 낮은 것을 문제 삼아 1년여간 위임장 대결과 소송전을 벌인 끝에 소액주주의 매입가를 약 12% 끌어올렸다. 2005년 미국 유통회사 숍코와 컨설팅회사 아데코의 DIS AG 인수전에도 끼어들어 비슷한 방식으로 차익을 남겼다.

연기금 헤지펀드 담당자는 “싱어 회장은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기업사냥꾼의 이미지와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아르헨티나를 부도 위기로 몰아넣는 과정에서 악명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싱어 회장은 2001년 아르헨티나가 모라토리엄(채무 지급유예)을 선언한 이후 싼값에 거래되던 아르헨티나 국채를 2008년부터 대량 매집한 뒤 13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원리금 100%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 2014년 대법원의 최종 승소를 이끌어냈다. 소송 채무에 대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당시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신문에 국가를 거덜내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벌처펀드(부실 채권에 투자하는 투기 성향의 펀드)’라고 맹비난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싱어는 과거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기업 경영권을 사들인 전례는 없지만 기업에 투자한 뒤 기업가치 제고에 실패한 사례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증권가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인수한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가를 올리기 위해 다양한 요구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좌동욱/정영효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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