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정공법 중 변칙으로 허 찌르기…전략의 신은 임기응변 고수

입력 2015-06-04 21:07
전략의 신

송병락 지음 / 쌤앤파커스 / 308쪽 / 1만8000원


[ 송태형 기자 ]
“파리는 하루에 100㎞를 갈 수 있을까?” “전설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와 1 대 1 결투를 벌인다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국내 전략 부문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사진)가 ‘전략강연’에서 종종 청중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파리는 하루에 날아봐야 1㎞도 이동하기 어려운 곤충이다. 송 명예교수는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스스로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루 100㎞를 달리는 천리마 궁둥이에 붙어 가도 되고, 운이 좋아 KTX를 타면 한 시간에 200㎞도 편안히 갈 수 있다. 무사시와의 결투도 마찬가지다. 60전60승 신화의 무사시와 검을 맞대서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칼 대신 성능이 뛰어난 권총을 들고 나선다면 승산은 커진다. 정면으로 맞설 힘이 부족할 때 외부의 세(勢)를 빌리는 차세(借勢)의 전략이다.

《전략의 신》은 송 명예교수가 전략에 대해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하고 토론하며 도출한 ‘정공전략’과 ‘변칙전략’의 정수를 담아낸 책이다. 베트남의 전쟁영웅 보응우옌잡,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 경제학자 로버트 포겔 등 현존하는 동서양의 전략 대가들과 직접 만나 가다듬어온 ‘송병락 전략’ 이론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저자는 손자의 《손자병법》과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등 동서고금의 전략 이론들을 섭렵하며 뽑아낸 성공 전략을 8가지 ‘전략×전략’으로 제시한다. △상대를 정(正)으로 생각하고 이길 수 있는 기(奇)를 찾는 ‘정×기’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승(全勝)과 적의 핵심을 격파하는 총력을 아우르는 ‘전승×총력’ △남의 강점을 융합하고 독창성을 더해 격차를 벌리는 ‘융합×독창’ △자신의 역량을 높이고 상대 역량을 약화시키는 ‘양(陽)×음(陰)’ △기업의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베스트(최고)×유니크(독보)’ △상대의 마음을 공략해 상극을 상생으로 돌리는 ‘상생×상극’ △상대의 허(虛)를 찾거나 실(實)을 허로 만들어 공격하는 ‘허×실’ △스펙에 매달리지 말고 보이지 않는 전략 능력을 키워 이기는 ‘형(形)×세(勢)’ 등이다.

저자는 각 전략을 전쟁 기업 바둑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과 예화를 통해 강의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손자, 조조, 마오쩌둥, 보응우옌잡, 이순신 등 세계사적인 성공을 거둔 ‘전략의 신’들에게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 가지 전략에만 능하지 않고 변화무쌍한 전략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었던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빠른 직구를 가졌다 해도 능수능란한 변화구 없이는 에이스가 되기 힘든 것처럼 전략의 고수들은 묵직한 정공법에 변화무쌍한 임기응변을 활용함으로써 ‘전략의 신’에 올랐다. 상대가 약할 때는 정공법인 ‘정(正)의 전략’으로 맞서고, 상대가 강할 때는 변칙 전략인 ‘기(奇)의 전략’을 활용한다. 상대의 전략을 모방하다가도 전략의 허(虛)를 공격해 가차 없이 제압한다.

저자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자문을 받아 10년 넘게 개발해온 ‘위대한 전략가들의 실전 전략 4단계’ 모델을 이순신 장군의 예를 들어 소개한다. 1단계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순신은 전라우수사로 부임한 직후부터 일본군이 쳐들어올 것을 확신하고 철저히 대비했다. 2단계는 대응전략 수립이다. 이순신은 일본 수군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대포 주도형 전략을 수립했다. 3단계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이순신은 병참지원팀, 전략·전술팀, 전선·무기팀, 수군 재건팀 등 많은 조직과 시스템을 개발했다. 4단계는 시스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독창적인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순신은 공동체 정신의 모범이 되는 문화를 성공적으로 접목해 지지 않는 군대를 육성했다.

저자는 전략가를 4등급으로 나눈다. 남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승자가 되는 하수, 최소의 피해를 주고 승자가 되는 중수, 주어진 상황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고수, 주어진 상황이나 상대를 확 바꾸어서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초고수다.

저자는 “흔히 전략을 말할 때 많은 사람은 단순히 ‘백전백승의 기술’로 오해하곤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직장 상사와 백전백승하는 사람은 직장을 잃고, 배우자와 백전백승하는 사람은 가정을 잃는 법”이라며 “전략은 져야 할 때 잘 지고, 이기더라도 피해가 클 때 피하는 법을 이해하면서 궁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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