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물로 나왔다
독과점 문제로 이마트 등 참여 힘들 듯
中 뱅가드도 물망…매장 쪼개 팔 수도
[ 정영효/김병근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4일 오후 4시50분
테스코가 본거지인 영국을 제외하면 가장 큰 사업체인 한국 홈플러스를 팔기로 한 것은 매장 및 자회사 매각만으론 최대 15조원으로 예상되는 자본확충에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상반기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난 뒤 신용등급 하락과 은행의 차입금 상환 압박을 받아온 테스코는 10조~15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한다.
◆“시간 끌면 제값 못 받는다”
알짜 자회사를 놓치기 싫었던 테스코는 당초 홈플러스와 태국 사업부(테스코로터스) 등을 합친 아시아 사업부를 주식시장에 상장(IPO)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코 전체 매출의 21%를 차지하는 아시아 사업부를 상장하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14조~17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사업부 분할과 상장까지 1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고심하던 테스코는 결국 성장성이 큰 태국 사업부 대신 홈플러스를 매각 대상으로 택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1위 이마트와 격차는 벌어지고 3위 롯데마트로부터는 2위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이라 조기 매각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3년 말 기준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는 각각 29.4%, 26.2%, 16.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홈플러스의 점유율은 2011년 27.8%에서 3년째 하락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무 등 규제 강화로 매출 증가율이 2011년 10.9%에서 지난해 1.8%까지 떨어진 것도 홈플러스 철수를 재촉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1999년 삼성물산과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홈플러스는 합작계약이 끝나면서 테스코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지난해 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이 7200억원에 달해 매각가격이 최소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대형 PEF 각축전 벌일 듯
홈플러스 인수전은 대형 사모펀드(PEF)들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유통회사가 인수하기엔 덩치가 부담스럽고 독과점 규제에 걸릴 수도 있어서다.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규제의 적용을 받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제외하면 전략적 투자자(SI)는 현대백화점과 농협, 이랜드그룹 정도가 남는다. 현대백화점과 농협은 “일단 검토해볼 수는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칼라일과 MBK,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 KKR, IMM PE, 미래에셋 PE 등 국내외 대형 PEF들은 인수자문사를 선정하고 시중은행들과 인수금융(M&A 자금조달) 협상을 벌이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GS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인수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형마트(홈플러스)와 슈퍼마켓(홈플러스익스프레스) 사업부를 분할하거나 매장을 개별 단위로 쪼개 팔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외 기업 가운데는 중국 최대 유통업체이자 테스코의 중국시장 파트너인 뱅가드가 물망에 올라 있다.
매각 추진에 대해 홈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테스코 본사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이 없다”며 “데이브 루이스 회장이 연초 ‘해외사업장 매각은 없다’고 한 발언이 유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김병근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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