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급 / 박범식 한국선급회장
공공기관 밀집…여건 좋아
해양산업 경쟁력 키우려면
해사클러스터 구축 필수적
[ 김태현 기자 ]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해양지식서비스산업을 촉진시키고,공공기관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박범식 한국선급(KR) 회장(사진)은 3일 “부산이 동북아 해양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회장은 “최근 금융 공기업을 비롯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같은 연구기관이 부산으로 이전 또는 이전을 앞두고 있는 등 부산에 유관기관이 집중되면서 소프트웨어 강화를 위한 좋은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며 “이런 점을 잘 살려 유관기관 간 협력을 이끌어내고 기술과 전문영역을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은 세 ?최고 수준의 컨테이너 항만과 지정학적 위치가 최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기존 인프라에 해운업을 융성시키고 해운과 항만에 필요한 법률, 중재, 보험, 선급, 컨설팅, 리서치 등 지식서비스업을 촉진시키는 동시에 선박과 해양 금융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등한 신용과 유동성을 보유한 금융공기업들이 전·후방 연계산업인 조선, 해운, 항만 등의 산업에 금융을 제공하고, 이들 산업에 지속적으로 지식정보를 유통시키면서 업체들을 지원한다면 머지않은 시간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박 회장이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조하는 것은 당분간 조선과 해운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그동안 저가 수주 공세를 계속해온 중국에 더해 일본도 엔저 기조를 통해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한·중·일 간 치열한 선박 수주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해양플랜트산업도 셰일가스 생산 여파와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전체 발주량이 감소한 가운데 중국과 싱가포르 조선소들의 공격적인 수주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해운산업도 벌크선과 유조선의 심각한 선복량 과잉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당분간 어려움이 예상된다. 항만 물동량도 중국에 고전하는 등 선복량과 물동량 등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의 우위 확보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들의 부산 이전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냐”고 그에게 물었다. “물리적으로 한 곳에 위치한다고 해서 스스로 지식이 집적되고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금융공기업, 국책연구소, 지역 업계가 모여 현안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지향점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사업기회 발굴 및 금융수요 창출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지향하는 구심점은 해사클러스터의 구축이다. 이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조선과 기자재, 선박관리, 해양서비스 등의 기술산업과 선박금융, 리서치정보, 보험 및 법률 등 지식서비스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해사클러스터의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해양산업 간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해사클러스터 구축을 서둘러야 합니다. 세계 어느 곳도 부산처럼 선급, 조선소, 기자재업체, 해운회사가 1시간 거리 내에 밀집해 있는 곳이 없습니다. 따라서 부산의 이러한 환경적 이점을 잘 활용하면 해사클러스터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그는 해사클러서터가 효율성을 가지려면 정보 교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인 해사 콘퍼런스의 개최를 통해 최신의 해양 관련 정책과 기술 트렌드를 부산에서 가장 먼저 접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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