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미국 덴버=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 김정은 기자 ]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 외곽에 있는 한 중소기업. 가장 바쁜 업무시간인 오후 3시지만 이 회사 건물엔 직원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직원들은 업무 시간에 언제든 나가서 한두 시간씩 운동할 수 있다. 사무실엔 개 10여마리가 어슬렁대고 있었다. 창업 때부터 누구나 애완견을 데리고 출근할 수 있게 했다. 강아지를 집에 두고 오면 신경이 쓰여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운동화 끈을 대체하는 부품 제조사인 보아테크놀러지 이야기다. 미국 아웃도어 전문지 아웃사이더에서 3년 연속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꼽혔다. 단순히 일하기만 편한 직장은 아니다. 보아는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25개 브랜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사람이 전부’인 분위기에서 혁신적인 제품이 나온 것이다.
이 회사의 ‘보아 클로저 시스템’은 끈 대신 동그란 플라스틱 다 潔箚?특수 와이어를 이용해 발을 조여준다. 끈을 손으로 풀거나 묶지 않은 채 다이얼로 돌리고 당겨 쉽게 벗을 수 있어 편리하다. 운동화엔 부품 100여개가 들어가는데 보아는 다이얼 하나만 제조한다. 이 부문 시장 점유율은 95%가량 된다.
의료기기 사업을 하던 창업주 게리 해머슬릭은 스키장에서 이 시스템을 착안했다. 아이들이 스노보드를 타다가 신발 끈이 풀어져 다칠 뻔하자 ‘신발 끈을 대신할 안전한 장치를 만들자’고 생각했고 개발에 착수했다. 2001년 부품을 내놓으면서 보아테크놀러지를 세웠다. 보아뱀이 똬리를 튼 모습이 자사 제품인 다이얼과 비슷하다며 붙인 이름이다.
보아 다이얼은 K2 등이 스노보드 부츠에 적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07년 트렉스타 워킹화에 처음 적용됐다. 이제는 아웃도어 브랜드 대부분이 신발에 이 다이얼을 단다. 마크 소더버그 사장(사진)은 “14년간 600만개를 팔았다”며 “전 세계 150여개국 200여개 스포츠 브랜드에 납품한다”고 말했다.
보아 다이얼은 건설 현장에서 신는 장화를 비롯해 군용 헬멧, 배낭, 손목과 허리보호대 등 재활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의료용품에도 적용됐다. 회사는 창업 이후 매년 3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610억원을 냈다. 소더버그 사장은 “우리의 강점은 연구개발(R&D) 능력과 노하우”라며 “100여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덴버=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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