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 비용 2년 새 두배 폭증…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운용에 큰 부담
정부 '2014 회계결산 보고서'
국세청·법무부·공정위 순 많아…정부 패소율 감안땐 3조 넘어
[ 김주완 기자 ] 세금과 과징금 등을 무리하게 부과했다가 기업과 개인이 제기한 소송에 져서 정부가 되돌려줘야 할 돈이 2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재정 여력이 더욱 약해져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패소비용 3조원 넘을 수도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한 부처별 ‘2014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피고로 소송을 당한 사건 중 패소 가능성이 높다고 자체 판단해 충당금으로 쌓아 놓은 금액(소송충당부채)이 2조49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년 전(2012 회계연도 기준) 1조147억원의 2.2배 규모다.
여기에 각 부처의 소송 패소율을 감안하고 최종 패소할 경우 정부가 추가로 물게 될 상대방의 소송비용과 이미 납부한 세금·과징금의 이자비용을 더하면 정부가 최종적으로 토해낼 금액은 3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소송충당부채는 회계연도 결산일(12월31일)부터 1년 내 패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송의 소송가액을 합산한 것이다. 정부가 1·2심에서 이미 패소해 최종심에서 이길 가능성이 매우 낮거나 1심이 진행 중이어도 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소송들이다.
부처별로는 국세청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이른바 경제권력기관에 소송충당부채가 집중됐다. 국세청이 883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공정위와 관세청도 각각 3383억원과 466억원을 패소비용으로 잡았다.
국세청과 관세청의 세금 부과에 따른 소송충당부채가 전체의 48.5%로 가장 많았다. 공정위의 과징금 관련 소송액 비중도 16.5%에 달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법 집행이 엄격하지 못했고 행정 처분 단계에서 기업과 개인이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해 정부의 패소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재정 빡빡한데 …
소송충당부채는 가뜩이나 어려운 정부의 재정운용에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늘었다. 세수 진도율도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도 5조원 이상의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돼 미약한 경기 회복세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조원이 넘는 충당금은 유사시 재정 확대를 통한 정부의 탄력적 대응을 어렵게 하고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년 동안 소송충당부채가 1조원 이상 증가해 살림이 더욱 팍팍해졌다”며 “패소비용으로 세금이 빠져나갈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 나타난 재정절벽이 재연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무리한 법 집행과 이로 인한 패소는 비용과는 별개로 국정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계결산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밝힌 총 소송가액(정부 피고 기준)은 지난해 말 기준 11조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3472억원 증가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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