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무능한 방역당국] '자가 격리' 중이라던 의료진 50여명, 출퇴근하며 환자까지 진료

입력 2015-06-03 20:49
구멍 뚫린 메르스 통제

격리병상 1천명당 1.19개
OECD 평균의 3분의 1


[ 이승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격리 대상자에 대한 관리 체계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은 3일 “25번 환자(57세)가 숨진 경기도 모 병원의 의료진 50여명이 자가 격리 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가 나온 뒤에도 중환자실 의료진 상당수는 격리되지 않은 채 환자를 진료했다. 출퇴근하며 격리 장소 외 다른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도 문제지만, 감염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직접 진료까지 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환자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환자 접촉자에 대한 자가 격리 생활수칙’을 보면 자가 격리자는 동거인 등과 떨어져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생활해야 한다. 한 공간에 있더라도 얼굴을 맞대지 않고 마스크를 쓴 채 2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진이 이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환자를 진료·간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가 격리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의료진뿐만 아니다. 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자로 자가 격리 중이던 50대 여성은 지난 2일 남편과 함께 집을 나와 전북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보건당국에 의해 반나절 만에 자택으로 복귀한 이 여성은 “답답해서 바람을 쐬러 갔다”고 말했다.

격리병동으로 활용할 공간도 크게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공공병상 수는 1.19개로 비교 대상 24개국 가운데 가장 적다. 24개국의 평균 공공병상 수는 3.25개로 한국보다 3배 가까이 많다.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격리대상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격리병동으로 활용할 만한 1인실은 크게 부족하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도 민간병원이 환자 치료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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