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서 대박 낸 손정의, 이번엔 쿠팡 찜했다

입력 2015-06-03 20:35
'벤처 투자의 귀재' 손정의 "쿠팡의 로켓 배송 높이 평가"
22억 들여 설립한 쿠팡 5년 만에 '5조 신화' 쓴 김범석
"전자상거래 새 모델 제시할 것"


[ 강영연 기자 ] “쿠팡은 더 이상 공동구매 중심의 소셜커머스업체가 아니다. 전자상거래시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벤처투자의 귀재’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10억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쿠팡이 한국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신화’를 써가고 있다. 업계에선 2010년 200만달러(약 22억원)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쿠팡의 기업가치가 5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로켓배송 등 전자상거래 새 모델 제시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0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중퇴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2008년 창업해 2년 만에 연매출 5억달러를 올린 미국 그루폰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에서다. 야심차게 쿠팡을 창업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티몬, 위메프 등 비슷한 회사가 한 달에 수십개 생겨났다.

500개가 넘는 소셜커머스 회사가 경쟁하는 가운데 김 대표는 서비스 강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2011년 초 업계 零袈?연중무휴 콜센터를 열었다. 상담 직원만 100명이 넘었다. 김 대표는 “당장 이익을 내는 것보다 충성고객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서비스도 강화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증가하자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그가 던진 승부수는 통했다. 쿠팡의 쇼핑거래 규모는 2010년 60억원에서 2011년 3000억원, 2012년 8000억원, 2013년 1조2000억원, 지난해 2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는 최근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전국단위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배송 전담직원인 ‘쿠팡맨’을 채용해 자체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시작한 것이다. 단순한 배송 서비스가 아니라 운송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논란은 있지만, 로켓배송은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투자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니케시 아로라 소프트뱅크 부회장은 “기술력, 고객 서비스, 창의적인 배송 모델 등은 전 세계 전자상거래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며 “쿠팡은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혁신기업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손정의, 제2의 알리바바로 키운다

이번 투자는 손정의 회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류가 안 될 사업에는 아예 손대지 않는 손 회장의 투자철학 때문이다. 그는 평소 “30%의 실패 확률만 있어도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대신 될 만한 사업이라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2000년 신생 벤처업체였던 알리바바에 2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으?소프트뱅크는 40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김철균 쿠팡 부사장은 “유례가 드문 대규모 투자로 쿠팡이 제2의 알리바바, 아마존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로 발돋움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미국지주회사인 포워드벤처스의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소프트뱅크의 포워드벤처스 지분율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김범석 대표의 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은 유지된다는게 쿠팡 측의 설명이다. 포워드벤처스는 글로벌 투자유치를 위해 2010년 7월 설립됐으며, 자회사는 쿠팡 한 곳이다.

쿠팡은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해외 연구개발(R&D)센터를 강화하고, 국내 물류와 배송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당일 직접배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쿠팡 측은 설명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9만9173㎡의 인천물류센터를 신축하는 등 현재 8개인 물류센터를 16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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