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살아나던 소비심리 덮친 '감염 공포'…유통·관광·공연업계 초긴장

입력 2015-06-02 21:30
내수경기 비상…하반기 경제 큰 부담

요우커 예약취소 속출…여행·화장품株 휘청
中 2003년 사스 창궐 때 성장률 2.4%P 급락


[ 이승우/조진형/민지혜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3차 감염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올 들어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되살아나면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소비심리가 ‘메르스 공포’로 다시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메르스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될 경우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의 경제 타격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행·공연 등 벌써 타격

메르스 확산은 여행업계에 직격탄을 날릴 조짐이다. 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일 현재 한국 관광 예약상품을 취소한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는 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다 대만 관광객 500여명도 한국 여행을 포기하면서 중국계 외국인 2500여명이 한국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사별로 보면 4일부터 11일까지 국내 여행사 1위 업체인 하나투어를 통해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었던 중국인 300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2위 업체인 모두투어에서도 6월 한국 여행 상품의 요우커 예약 취소율이 9%에 이르고 있다.

공연계도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각종 공연이 취소됐던 상황이 재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메르스 공포’는 주식시장도 흔들었다. 이날 하나투어는 전날보다 8.87% 급락한 11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고, 모두투어는 8.51% 떨어진 3만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화장품 제조사 등 요우커 수혜주들의 피해도 예견되고 있다. 한국화장품과 코리아나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고, 에이블씨엔씨 한국콜마 코스맥스도 각각 7% 안팎 떨어졌다.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마저 -4.52% 휘청였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경기회복 기조가 미약한 상황에선 메르스 같은 작은 충격도 경제 주체들에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며 “메르스 대응에 실패하면 하반기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때보다 충격 심할 수도”

경제 주체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사스나 신종플루를 겪으면서 강력한 전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피부로 경험했다. 2003년 사스가 창궐할 당시 중화권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은 2003년 1분기 10.3% 고성장했다가 사스가 출몰했던 2분기 7.9%로 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는 모두 2분기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베이징대에 따르면 사스가 중국 경제에 미친 손실은 2100억위안(약 38조원)에 見Ⅴ?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여행금지를 선포했던 베이징은 한 해 동안 600억위안이 넘는 피해를 봤다. 당시 한국도 중국, 홍콩 등으로의 수출이 감소해 20억~30억달러가량 피해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세계은행(WB)은 신종플루의 경제적 피해 규모를 예측한 보고서를 내놨다. 신종플루의 위력이 1968년께 미국을 중심으로 100만명가량 사망자를 발생시킨 홍콩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연간 경제성장률은 전 세계적으로 0.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아시아의 성장률은 -0.8%로 평균을 약간 웃돌았다. 전 세계적 손실액은 4000억달러로 추정됐다.

한국은 사스나 신종플루 등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아시아 등 전 세계가 메르스 발병 주요국으로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세월호 충격을 가까스로 극복한 직후라는 점에서 ‘메르스 충격’은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메르스 충격이 가시화되면 세월호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당장 2분기 성장률도 목표치인 1%대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조진형/민지혜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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