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지금 왜 중국 선전인가

입력 2015-06-02 20:52
수정 2015-06-03 05:26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 오춘호 기자 ] 최근 국내 기업인들의 중국 선전 방문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벤처캐피털은 물론 중소기업 관계자들도 선전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예 선전으로 떠나는 창업 기업도 있는 모양이다. 물론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도 선전에 관심이 크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신입사원 연수를 선전에서 실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과 함께 수백명의 인력을 선전에 파견하고 있다. 불과 2~3년 사이에 일어난 급작스런 변화다.

화웨이나 ZTE 등 중국 정보기술(IT)을 휘두르는 기업들의 본사가 선전에 있어서만이 아니다. 실리콘밸리나 중관춘처럼 유수의 대학이 있고 우수한 인재가 넘쳐나서도 아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제품이 개발되거나 엄청난 공정혁신을 탄생시키지도 않았다. 하지만 선전은 뭔가 다르다.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있고 벤처가 있다. 그래서 더욱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게 한다.

IoT 시제품 빠르고 싸게 생산

선전은 30년 전 중국이 개혁·개방을 내세우고 경제 특구를 만들 때부터 ‘미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곳이다. 비록 세계 IT 기업들의 하청 생산 기지였지만 중국 각지에서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들었고 무엇보다 자유가 있었다. 이들은 산자이(山寨·짝퉁)제품을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생산 인프라를 축적했으며 소비망도 구축했다. 이런 인프라 역량에서 형성된 것이 벤처 창업 생태계였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선전의 중심인 화창베이 거리 반경 1㎞ 안에는 어떤 부품도 구할 수 있을 만큼 부품 가게가 즐비하고 설계를 담당하는 디자인 하우스만 100개가 넘는다.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3차원(3D)프린터 등을 구비한 실험 공방들도 많이 갖춰져 있다. 모든 제조업이 IT와 결합되는 IoT 시대에 걸맞은 클러스터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수가 86만2000여개로 늘어났다. 인구 1000명당 기업 수가 무려 73.9개다.

선전에는 물론 내로라하는 개발품은 없다. 선전의 상징인 JTI사의 드론(무인항공기)도 사실 미국이 원조요, 눈으로 피로도를 측정하는 웨어러블을 만든 기업 비고(Vigo)도 원래 미국 소재다. 하지만 파괴적 혁신이 굳이 일어나지 않고도 제품 생산의 속도와 효율성만으로 기업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하드웨어의 성지라는 지적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한국서도 미래 클러스터 찾아야

이런 곳에 금융이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중국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기업의 3분의 1인 4000여개가 선전에 몰려 있다. 영국의 성급한 금융회사는 홍콩지사를 아예 선전으로 옮겼다.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네트워크 자본주의(network capitalism)’의 탄생이 라고 말하기도 한다.

제조업이 이끄는 선전의 혁신이다. 마이클 포터는 IoT 제품은 물리적인 요소 이외에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능적 요소와 연결성 요소를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제품은 물론 생산이나 혁신을 완전히 독점하지 못한다. 이런 게 IoT 경제의 묘미다. 한 제품에서 여러 벤처들이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에서도 차츰 제조 벤처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선전의 벤처들이 중국의 미래라면 우리도 제조업 미래를 찾아야 한다. 미래는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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