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추락이다. 5월 수출액이 급기야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0.9%나 급감했다. 두 자릿수 하락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이던 2009년 8월(-20.9%) 이후 처음이다. 수출은 올 들어 5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감소율이 갈수록 커져간다.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볼 수가 없다.
물론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올 들어 1분기까지 세계 10대 수출국가 중 중국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 미국 독일 일본 등 상위권 국가가 모두 감소세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교역량 자체가 11.4%나 줄었다는 게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석이다. 그렇더라도 한국 수출이 위기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반도체, 스마트폰 정도만 빼고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가전, 섬유 등 주력 품목 모두 마이너스다. 수출액은 물론 수출물량마저 계속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특히 100엔당 800원대로 내려간 원·엔 환율은 더 떨어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은 양적 완화를 계속하지만, 한국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한 데 따른 불황형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환율 개입 의심까지 받고 있다. 원화 가치 상승 압력 속에 수출·수입이 동반 하락해 ‘축소경제’로 치닫는 악순환이 벌어질 판이다.
어제오늘 갑자기 생겨난 문제도 아니다.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반토막 나고,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4년 만에 100% 밑으로 떨어져 비상벨이 요란해도 내수로 성장하면 된다며 오도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기업들이 고용비용 급증을 못 이겨 해외로 빠져나가건만, 정부마저 임금 배당을 올리라고 야단이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을 폄하하고 수출 기업들을 벼랑으로 몰아가는 중이다. 수출의 위기, 대한민국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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