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열풍 뷔페 브랜드가 주도
CJ푸드빌·풀잎채 등 경쟁
샐러드바·쌈밥 젊은층 인기
호텔도 한식당 운영 재진출
[ 강창동 기자 ]
서울 중구 황학동에는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인 ‘원앤원’의 본가 건물이 있다. 이 건물 1층에는 1975년 처음 문을 열어 역사가 40년이나 된 보쌈 브랜드인 ‘원할머니보쌈·족발’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2층에는 한식 샐러드바 개념을 접목한 샐러드바&샤부샤부 전문점인 ‘모리샤브’, 3층에는 이달 초 새롭게 선보인 ‘원할머니 건강쌈밥&한식샐러드바’ 매장이 층별로 둥지를 틀었다.
이곳은 외국 관광객에게도 소문이 나 층별로 평일 500명, 주말 700명 이상의 손님이 찾고 있다. 이곳 한식의 특징은 전통 한식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새로이 재해석한 것이다. 맛은 기본이고 메뉴 세팅이나 분위기, 서비스까지 호텔에 맞먹는 수준을 선보이고 있다.
◆한식을 재해석한 매장 잇따라 등장
387㎡ 규모로 꾸며진 ‘원할머니 건강쌈밥&한식샐러드바’에는 하루 600명 이상의 손님이 몰리면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평균 매출만 900 맙?선이다. 이 매장은 건강쌈밥에 샐러드바를 접목했다. 10여종의 쌈채소와 바비큐 보쌈, 간장 소불고기, 고추장 돼지불고기와 함께 건강쌈밥을 즐기면서 샐러드바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깔끔한 맛의 육회와 참나물, 콩나물 영양밥, 유자샐러드, 연근 사과샐러드, 담백한 맛의 순두부, 저염 숙성 장아찌 등 웰빙 요리는 맛이 일품이다. 이 매장을 관리하는 박민정 점장(40)은 “한식이 젊어지고 있다”며 “이 매장의 손님 중 2030세대 손님이 8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 한국의 가계비 지출에서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그러다 1990년대 패밀리 레스토랑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외식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1995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외식비가 문화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5년 11.2%에서 1994년 44.8%로 늘어났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 외식 메뉴 중 가장 많이 사먹는 음식은 불고기 정식이었고 갈비탕, 한정식이 그 뒤를 이었다. 2000년대 들어와 외식문화의 양상은 조금 바뀌었다.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 레스토랑, 시푸드 레스토랑이 외식문화를 이끌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다 다시 한식이 외식시장을 주도하는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한식이 떠오르는 배경
한식의 인기가 부활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건강밥상’ ‘한식의 현대화’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 패턴이 한식의 귀환을 불러왔다. 한식 열풍은 한식뷔페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을 비롯해 ‘풀 矛?rsquo; ‘화려한식탁엔테이블’ ‘자연별곡’ ‘올반’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한식당을 외면하던 호텔들도 한식당 운영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먹던 한식의 품격을 끌어올린 브랜드들도 주목받고 있다. 전통 육개장 프랜차이즈인 ‘육대장’은 ‘육개장’을 특화해 출시 2년 만에 전국에 130여개 매장을 확보했다. 국밥 전문 브랜드인 ‘현대옥’은 콩나물국밥을 특화, 지난 6년간 전국에 150여곳의 가맹점을 개설했다. 201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식음식점은 30만개에 육박, 분식 및 김밥 전문점(4만5928개)이나 치킨전문점(3만1469개)보다 6~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식은 창업시장에서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업종이었다. 체계적인 매뉴얼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한식이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외식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업종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패밀리 레스토랑의 퇴조와 한식의 부상은 장기 불황이나 웰빙문화 등 외부 변수와 맞물려 있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