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지난 28일 찾은 경기도 안성 테크윙 공장에는 출동 준비를 마친 네모난 로봇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마지막 점검에 들어간 로봇들이 쉴새없이 팔을 움직이며 격자무늬 판에 반도체 칩을 옮겨놓자 바로 옆 화면의 표는 숫자 '1'로 채워졌다.
"모종판에 씨앗을 뿌리면 칸마다 서로 다른 새싹이 올라오고, 그 중 건강한 것들만 골라 쓰죠. 반도체 테스트 핸들러는 반도체 칩들을 검사해 등급을 나눠 분류하는 장비입니다. 숫자 1은 가장 높은 등급을 의미하죠."
김상열 테크윙 IR 과장은 테스트 핸들러를 "로봇과 물류, 온도조절이라는 3가지 최첨단 기술이 합쳐진 장비"라고 소개하며 "테크윙은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시장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선두'…높은 기술력이 비결
테크윙은 반도체 제조공정을 모두 마친 후 최종 검사하는 장비인 '테스트 핸들러'를 만드는 업체다. 테스트 핸들러는 칩 단위의 반도체를 옮기고 검사결과에 따라 양품과 불량품을 분류하는 반도체 후공정의 핵심장비다.
테크윙은 특히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부터 전세계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현재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55%에 달한다.
그룹 내에서 테스트 핸들러를 자체 조달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에 테크윙의 장비가 공급된다.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는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칩의 갯수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 반도체 후공정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제품 생산성과 출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테크윙은 시장에서 유일하게 768파라(Para·반도체 칩을 동시에 처리하는 단위)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경쟁사 제품은 아직 최대 512파라에 그친다.
테크윙의 테스트 핸들러는 온도 조절 기술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테크윙은 현재 검사 온도 편차를 ±1도까지 낮춰 고객사가 요청하는 온도 환경에서 가장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 테크윙의 장비가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부품 부문의 성장성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교체 키트(C.O.K)와 인터페이스 보드 매출액은 300억원, 매출 비중은 30%에 달한다.
김 과장은 "부품이 장비보다 이익률이 좋아 실적 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부품 매출은 4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메모리 시장 진입 성공…블루오션 '센서' 시장 주목
테크윙은 최근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시장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晝貧霽?테스트 핸들러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비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시장 규모는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의 4배 수준으로 향후 시장 안착에 성공 시 폭발적인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테크윙은 2011년부터 일찌감치 비메모리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비메모리 산업 특성상 '맞춤제작(커스터마이징)' 과정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김 과장은 "비메모리 테스트 핸들러의 경우 맞춤 설계 과정이 짧게는 7~8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걸릴 만큼 각 고객사별 제품 제작 과정이 까다롭다"며 "이 때문에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시장에 주력해온 테크윙이 비메모리 시장 진입 장벽을 뚫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크윙은 지난해 5월 비메모리 장비 판매를 시작으로 시장에 첫 발을 들여놨고, 현재 고객사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5%에 불과했던 비메모리 매출 비중을 올해 3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테크윙이 주목하고 있는 비메모리 시장은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센서' 시장이다. 그동안 비메모리 시장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과 아날로그 반도체가 주류였지만, 향후 성장성은 센서 부문이 더 높다는 판단에서다.
김 과장은 "비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시장에서도 특히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센서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판단해 공략하고 있다"며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센서만 수십가지이고 향후 사물인터넷(IoT) 시장 확대에 따라 센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테크윙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자회사의 실적 부진과 계절적 비수기 영향에 다소 부진했다.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8% 감소했고, 매출은 211억원으로 2.42% 줄었다.
그러나 하반기 자회사의 실적 정상화가 예상되고 1분기 전례 없이 많은 수주를 확보한 덕분에 2분기부터는 폭발적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첫 발을 내딘 비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부문에서 올해 최소 4개의 신규 고객사가 추가될 것으로 자신했다.
김 과장은 "올해는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의 안정적인 매출과 비메모리 테스트 핸들러의 추가 고객사 확보로 사상 최대 수주 기반의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자회사 이엔씨테크놀로지도 하반기 중국 BOE 등 주요 고객사의 투자 확대가 확실시 되고 있어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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