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국회 폭주'
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 전삼현 숭실대 교수
기업가 정신 꺾고 '사법致死' 원인 되기도
[ 황정수 기자 ]
자본시장법 등 경제 법률의 입법 과정에서 형사처벌 규정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돼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사진)는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연 ‘사법의 신뢰성, 어떻게 높일 것인가’ 토론회에서 “현행 경제규제법률엔 행정처벌과 동시에 형사처벌도 가능하게 한 조문이 과도하게 많다”며 “기업인이 형사처벌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기업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이 소멸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대표적 사례로 지난달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꼽았다. 이 법안은 생활임금을 ‘근로자의 실질적인 생계유지에 필요한 수준의 임금’이라고 모호하게 정의한 뒤 ‘생활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한 자에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징역과 벌금은 동시에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기존 법률 중에선 자본시장법 하도급법 등이 대표적인 ‘징벌적 경제규제법률’로 지적됐다. 자본시장법 444조엔 ‘임원 개인별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 기준 및 방법’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하지 않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도급법 4조에 따르면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 등의 행정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형사처벌이 동시에 가능하다.
회사법에도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한 조항이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교수는 “회사법 622~643조엔 17개의 형사처벌 규정이 포함돼 있는데 미국 영국 독일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며 “특히 배임죄와 관련해선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고의성이 없어도 범죄 성립이 가능한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징벌적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 관련 법 조문을 대대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고도 치매 증상임에도 형을 살다가 병세 악화로 석방 후 사망한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 사건을 계기로 ‘사법치사’란 용어까지 등장했다”며 “사법권의 무리한 행사는 반기업적 정서를 낳고 국민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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