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 주총장에서 '배당 확대' 직접 요구 안한다

입력 2015-05-28 21:00
마켓인사이트
내달 기금위 회의에 상정

"경영자율성 침해 가능성" 경제계 의견 일부 수용
기업 배당정책 사후 평가 직접→간접 압박으로 전환


[ 서기열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28일 오후 4시30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투자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주총회장에서 배당 확대를 직접 요구하는 방식의 ‘주주제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대신 다른 기관투자가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이 같은 방침은 ‘배당에 대한 직접적 요구 강화’를 골자로 한 지난 2월의 배당 관련 추진 방안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과소배당 모형’ 도입 않기로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달 1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내 주식 배당 관련 추진 방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기금운용위는 지난 2월 회의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경제계 대표들의 반발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상정된 안건은 국민연금이 정량·정성적 방법을 활용해 배당에 인색한 ‘과소배당 판별(식별) 모형’을 만들고 여기에 해당하는 기업은 1~2년간 ‘중점관리기업(포커스 리스트)’으로 분류해 배당 확대를 유도한다는 것. 그래도 실효성이 없으면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형식으로 해당 기업 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를 직접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제계 기금운용위원들이 “배당 결정은 기업 고유의 경영권”이라며 반발하면서 이 안건 처리는 보류됐다.

기금운용위는 이번에 회의를 열면서 기업 측의 이 같은 기류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배당 관련 새로운 절차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경제계의 협력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명단을 공개하는 등 직접적 압박이 ‘기업 망신주기’로 변질하거나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금운용위는 이에 따라 일단 ‘과소배당 판별 모형’을 만드는 방안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대신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춰 별도의 배당정책을 수립해줄 것을 해당 기업에 권고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이를 토대로 내년 3월 주주총회(12월 결산법인 기준) 이전까지 배당정책의 합리성과 실행 여부 등을 평가하기로 했다. 만약 투자 기업의 배당정책이 국민연금의 내부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중점관리기업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는 여전히 ‘불만’

가장 큰 변화는 국민연금이 직접 나서는 방식의 ‘주주제안’을 거둬들이고 다른 기관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한 대목이다. 주주제안은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경영진에 주총 안건을 제안하는 것으로, 경영진은 이 안건이 정관에 위반되지 않는 한 주총에 올려야 한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방안이 기금운용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안건의 변화 내용을 접한 기금운용위원 중 일부는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 “많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9명인 기금운용위는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위원 6명(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근로자(노동계) 대표 3명, 사용자(경제계) 대표 3명을 비롯해 사회단체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경제계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국민연금의 배당정책 평가가 자의적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경영 여건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국민연금 내부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리스트에 오를 수밖에 없다”며 “주주제안 역시 국민연금이 다른 연기금을 앞세워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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