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t 2기 비준 취득…용광로 공법보다 원가 20% 절감
오염물질 90% 감축 가능…인도·동남아 국가들도 관심
국가 핵심기술 유출 우려에 중국 철강 공급과잉 부담
[ 김보라 기자 ]
포스코가 신(新)제철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한 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한다.
포스코는 중국 충칭에 파이넥스 공법으로 연산 3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합작사업을 중국 정부가 지난 22일 최종 승인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포스코는 2013년 9월 중국 충칭강철과 파이넥스 제철소 건설을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뒤 중국 정부의 허가를 기다려 왔다. 두 회사는 세부 사업 조건에 대한 협의를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 합작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23년 공들인 제철기술 첫 수출
포스코와 충칭강철은 합작법인을 통해 150만t 규모의 파이넥스 공장 2기와 강판 제조 공정이 연결된 일관제철소를 짓는다. 총 투자금액은 2조~2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 합작법인에 파이넥스 기술을 전수하고 투자비 일부를 기술 사용료로 받을 계획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포스코의 독자적인 기술이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10여년간 1조원 이상 투자해 이 공법을 연구개발했고, 2007년 상용화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말 연산 200만t 규모의 3공장이 준공돼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 세계 제철소의 8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용광로 공법은 14세기에 용광로가 개발되면서 만들어진 기술이다. 높이 70m의 용광로에 석탄과 철광석을 층층이 쌓아 1200도의 뜨거운 공기를 넣어 철광석을 녹이는 방식이다.
용광로 안에 철광석과 석탄을 쌓기 위해서는 재료들이 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석탄과 철광석을 굽는 코킹과 소결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파이넥스 공법은 이 중 코킹과 소결 과정을 생략하고, 철광석과 석탄 가루를 그대로 사용한다. 이를 녹이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공기 대신 100% 순수한 산소를 집어넣어 철광석을 녹인다. 이 과정을 거치면 기존 용광로보다 생산 비용은 15%,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 발생은 90% 이상 줄어든다.
하지만 설비의 안정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데다 국가 핵심기술이어서 그동안 해외 수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권 회장은 올해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퀄컴이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포스코 역시 단순 철강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그치지 않고 파이넥스 기술 수출을 통해 특허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술유출 우려 해소는 과제
철강업계는 최소 3억t에 달하는 중국 내륙의 제철시장이 포스코 파이넥스 공법의 잠재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용광로는 고품질 원료를 배로 들여와 쓰기 때문에 해안가에 짓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하는 용광로는 물이 없는 내륙 지역에도 건설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도 및 중동 지역 국가들도 파이넥스 공법 수입을 원하고 있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다만 국가 핵심기술이라 해외에 생산기지를 짓거나 수출하려면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포스코는 현재 파이넥스 공법의 기술 보호를 위해 국내에서 224건, 해외에서 5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번 충칭 파이넥스 일관제철소 사업의 경우 중국 정부 비준은 완료됐지만, 한국 정부의 승인 절차와 중국 상무부의 합작법인 설립 허가가 남았다.
중국 내 철강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인 점도 문제다. 올 1분기 100여개의 중국 주요 철강업체 가운데 49.5%가 적자를 냈고, 이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14.48%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철강 생산량 감축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충칭지역은 현대자동차가 연산 30만대 규모의 4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등 철강 수요가 풍부해 안정적으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철강 시황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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