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기불씨' 살릴 골든타임 지나고 있다

입력 2015-05-27 20:42
수정 2015-05-28 06:08
"미국 금리인상 앞선 경기회복 절실
금융·재정의 양적완화 유지하고
신사업 투자촉진·규제혁파 나서야"

유병규 <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


최근 국내 경기상황에 대한 국제경제기구들의 판단이 엇갈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성장동력 회복이 미흡하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와 달리 국내 경기가 앞으로 확장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6개월 뒤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한국의 OECD경기선행지수는 5월 현재 9개월 연속 상승하며 2010년 4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상대적 낙관론과 절대적 비관론이 대립하고 있다. 각자의 경제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국내 경기가 좀처럼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모적 경기논란은 백해무익하다. 근거 없는 막연한 기대감은 정책실기를 초래하고 대안 없이 문제점만 반복 제기하는 것은 시장의 불안감을 키워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지금은 어떻게든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찾고 이를 키워가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간 추진된 경제활성화 정책에 따라 경기회복의 불씨들이 여기저기서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넘치고 있으며 벤처창업 수와 투자액도 1차 벤처붐 이후 최고수준이다. 이에 더해 소비와 투자 선행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경제심리도 반등기미가 엿보인다.

작은 불씨들이 모여 본격적 경기회복 국면으로 살아나려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경기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피어나는 ‘경기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금융재정의 양적 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가계부채와 실질금리를 감안할 때 금리정책 여력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남은 한두 번 정도의 금리 인하 수단을 적기에 활용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재정 측면에서도 최소한 세수부족만큼은 메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반기 재정지출의 급속한 축소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정부지출 증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회복 불씨들을 큰 불로 살리기 위해 다음으로 역점을 둘 것이 국내외 투자에 불을 붙이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간 어렵게 유치한 서비스업 등에 대한 외국인투자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미비점들을 개선해야 한다.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투자를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기업사정을 헤아려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삼중고에 처해 있다. 고임금과 규제 등에 의한 높은 투자비용, 경영과 재무구조 안정성 유지를 위한 재정 부담, 신성장 분야 투자에 대한 고위험 감수 등이 그것이다. 열악한 투자여건 속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려면 개별투자 사안별 애로사항을 범부처 차원에서 신속하게 해소해주는 ‘투자별 단일지원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경기회복 불길이 활활 살아나 전 부문으로 확산하려면 돈과 인력이 골고루 순환할 수 令돈?경제 제도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전 세대에 걸쳐 일자리가 나눠지도록 노동시장 선진화 논의를 매듭짓는 일이다. 정부가 구상 중이고 업계가 원하는 사업구조조정과 신사업투자를 촉진하는 사업재편지원제도 도입 역시 빠를수록 좋다. 고소득층의 국내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시대에 뒤떨어진 개별소비세와 같은 각종 소비규제도 시급히 개선할 과제다.

경기회복 불길이 갈수록 번져가려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한국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전국의 창조적 사업구상과 투자자금이 이곳에 몰려들 유인체계 마련이 보완 과제다. 불을 꺼뜨리지 않으려면 외풍도 잘 막아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미국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 현상이다. 국내 정치·사회 안정이 찬바람을 막는 최상의 방풍막이다.

유병규 <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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