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우 기자 ] #자전거 마니아인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동네 안경점에서 20만원이 넘는 해외브랜드 스포츠선글라스를 샀다. 주말 자전거로 한강변을 달리던 중 꽃가루가 눈 속에 들어가면서 사고 직전의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소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평소 선호하는 브랜드여서 선뜻 구입했다.
#40대 중소기업 사장인 김모씨는 지난주 대만 출장길에 스포츠선글라스를 장만했다. 바쁜 일정 탓에 가격 비교도 해보지 못하고 급히 구입한 터라 ‘호갱’이 된 건 아닌지 꺼림칙했다. 하지만 귀국 후 같은 제품의 국내 판매가를 알아보고는 마음이 놓였다. 현지 가격이 30% 이상 쌌기 때문이다.
자전거 인구가 급증하고 안전의식이 강화되면서 고가 스포츠선글라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팔리는 스포츠선글라스에 대한 소비자 주의보가 내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스포츠선글라스 품질 및 가격을 조사한 결과 글로벌 주요 브랜드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이 최대 40%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30~40% 비싼 국내 시장
한국스포츠개발원은 한국 대만 독일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 6개국의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몰 등의 스포츠선글라스 판매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국내 판매가격이 다른 조사대상국 평균 판매가격보다 35%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자전거 산업이 발달했고 스포츠선글라스, 헬멧, 장갑 등 안전용품 브랜드가 있는 독일(아디다스), 미국(나이키, 스미스옵틱스, 오클리 등), 이탈리아(루디프로젝트), 일본(시마노, OGK 등)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나라의 공식 유통사에서 지정한 정상가를 비교한 결과 모든 제품의 해외 가격이 국내 정상가보다 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루디프로젝트의 아곤(Impact X2) 모델은 해외 가격이 국내 가격의 59%에 불과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해외에서 5만9000원에 파는 제품을 국내에선 10만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나이키 Show X2는 해외에서 국내보다 15%가량 싸게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업체의 중간이윤이 높은 데다 국내 소비자들이 유명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을 이용해 한국 시장에서 강력한 프리미엄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비싸다고 기능까지 보장하진 않아
안전성 문제도 제기됐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스포츠선글라스 중 9개 제품을 선정,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의뢰해 품질을 시험한 결과 렌즈 충격강도 시험에서 Show X2 EV0672(나이키) 등 일부 수입 제품에서는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쇠구슬 자유낙하 실험 때 2m 높이에서 렌즈 균열이 발생하는 등 사고 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렌즈 스크래치 경도 시험에서는 대상 제품의 평균 강도는 ‘B’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 제품인 썬가드광학의 라이더(Rider) 모델은 ‘H’의 높은 경도를 보여 생활 스크래치에 강했다. 루디프로젝트 SWIFTY BLACK 모델은 가장 낮은 ‘3B’ 경도를 보여 생활 스크래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렌즈 스크래치 강도는 3B<2B<br />한국스포츠개발원 측은 “시험 결과 높은 가격이 안전성과 성능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일부 국산 제품은 고가 해외브랜드 제품 못지않은 품질을 보여줬고 특히 렌즈 충격강도, 선글라스 테의 굴곡강도 시험 등에서 수입제품을 능가하는 품질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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