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투자 유입 기대했지만…ELS 열풍타고 등장한 ELF
100만원 미만 투자 가능해…공모형 상품만 238개 출시
중도 환매 매력에도 '시큰둥'
투자자들 "위험한 상품" 인식 …올들어 1439억원 자금이탈
[ 송형석 기자 ]
주가연계증권(ELS) 열풍에 우후죽순 나온 ELS 펀드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공모 상품 기준으로 올 들어 95개 펀드가 새로 나왔지만 신규 자금이 유입되기는커녕 연일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전체 ELS시장에서 펀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4% 선에 머물고 있다.
◆이름값 못하는 ELS 펀드
25일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LS를 편입해 만든 공모형 펀드(주가연계펀드·ELF)는 모두 238종이다. 절반 이상의 펀드가 ELS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지난해(64종)와 올해(95종) 만들어졌다. 사모 ELF를 합하면 올해 새로 등장한 상품만 1000개가 넘는다.
ELS는 연 5~8%의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지만 급한 돈을 넣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 기회를 부여하는 탓에 최소 6개월, 길면 3년을 들고 있어야 약속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100만원 단위로만 투자할 ?있다는 것도 ELS의 단점이다.
자산운용사들은 ‘급한 돈’ ‘작은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ELS를 펀드 형태로 만들었다. 자유로운 환매, 소액 투자 허용 등의 조건을 내걸면 ELS 투자자들이 ELF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지난해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ELS 펀드를 놓고 ‘배타적 사용권’ 논쟁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체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만큼, 펀드 ELS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자산운용사들의 생각과 정반대였다. 신상품이 연일 쏟아져나오는데도, 오히려 올 들어 1439억원의 자금이 ELS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ELS 펀드 전체 설정액도 2조5000여억원까지 줄었다. 60조원 선인 전체 ELS 시장과 비교하면 24분의 1에 불과하다.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그동안 들인 공에 비하면 참담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변동성 높은 장에선 주목할 만
전문가들은 ELS가 수익구조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단순한 상품이란 점이 펀드 판매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쉬운 상품을 별도 수수료까지 물면서 펀드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ELS에 펀드로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익률에 비해 위험한 상품이란 의구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가 많다”며 “주식형 펀드처럼 수익률 차별화에 성공한 상품이 愎募?것도 ELS 펀드의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ELS지수연계솔루션’(올 들어 209억원 유입), 삼성자산운용의 ‘삼성ELS인덱스펀드’(99억원 유입) 정도다. 이 두 상품은 10~20개의 ELS를 한꺼번에 담고 있어 기초자산인 지수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어떤 ELS를 담고 있는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는 것도 두 상품의 공통점으로 꼽힌다.
김병규 한국투자신탁운용 IS본부 상무는 “요즘처럼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올라갈 때는 ELS 상품과 펀드의 차이가 없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과거 조건이 좋을 때 발행한 여러 ELS에 간접투자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가연계펀드
ELF(equity linked fund). 특정 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가 계약 시점보다 40~50% 떨어지지 않으면 원리금을 주는 주가연계증권(ELS)을 펀드로 만든 상품. 환매가 자유롭고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ELS와 비슷한 연 5~8%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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