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수중망 구축 추진
호서대 등 산학연 컨소시엄
수중 센서로 정보 수집
해운산업·재난관측에 활용
[ 이호기 기자 ] 수년 내 바닷속 조류 흐름이나 염도, 지진파 등의 정보를 센서로 측정하는 해저 통신 시대가 열린다. 이제까지 물류, 양식 등에 집중돼왔던 국내 해양산업이 본격적인 해저 개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해양수산부가 산·학·연 협력 사업으로 추진 중인 ‘분산형 수중 관측·제어망’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24일 발표했다.
SK텔레콤은 호서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원, 경북대, 고려대, 인하대, 중앙대 등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향후 7년간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시제품 생산 및 실험 등을 진행한다. 총 개발비는 국비 260억원을 포함해 300억원이다.
분산형 수중 관측·제어망은 크게 수중 센서와 기지국, 해상 부표(buoy) 등으로 이뤄진다.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가 기지국을 거쳐 부표나 항해 중인 선박으로 전달되면 위성 통신 등을 통해 지상으로 전송된다. 물속에서는 음파를, 공기 중에서는 전파를 사용한다. 부표 1개에 기지국 3개가 한 묶음이다. 부표 단위로 네트워크 확장이 이뤄진다. ‘분산형’이란 표현이 그래서 붙었다.
SK텔레콤이 ‘한국형 수중 통신 네트워크’를 위해 앞으로 개발해야 할 핵심 기술은 크게 세 가지다. △수중 환경에서 장시간 운용이 가능한 특수 센서 및 기지국과의 통신 기술 △수중에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망 최적화 설계 △육상과 해상을 하나의 통신망으로 구성하기 위한 통합 중추 네트워크 개발 등이다.
이 같은 수중 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향후 국방, 해난 구조, 방재, 해양 환경, 지진 예보, 수산물 안전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중국 양쯔강의 범람으로 서해 염도가 낮아져 국내 연안 양식장 피해가 예상되면 바닷물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때처럼 바다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해류를 타고 어디로 이동하는지 추적하거나 해수 온도와 흐름, 해저 지진파 등을 감지해 기후 및 해상 환경 변화, 재해·재난 연구 등에 활용될 수도 있다.
학술이나 상업적인 목적 외에 북한 잠수함 및 미사일 탐지 등 안보 차원에서의 운용도 가능하다.
해양 전문가들은 삼면이 바다인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해저 연구가 이번 수중 통신 네트워크 구축을 계기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산·학·연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고학림 호서대 IT융합기술학부 교수는 “한국형 수중 통신 네트워크의 핵심 기술개발에 성공하면 국내 해저 통신망을 조성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향후 기술 이전을 통한 해외 진출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해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중 사물 인터넷(IoUT·Internet of Underwater Thing)’이란 새로운 개념도 등장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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