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논란의 집행유예' 받은 이유

입력 2015-05-23 00:46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며 구속기소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앞선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2심 재판부가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까닭은 항로변경죄를 무죄로 봤기 때문.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 탑승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항공기를 되돌리게 했다.

당시 항공기는 출발을 위해 탑승구를 닫고 견인차에 끌려 22초간 17m 가량 계류장에서 이동하다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시로 멈춘 뒤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검찰은 항공기의 항로가 탑승구를 닫은 뒤 지상에서 이동할 때부터 시작된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를 저질렀다고 기소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이런 해석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항소하면서 관련 법령에 명확한 정의가 없다며, 항로는 항공로를 의미할 뿐이지 지상 이동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로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 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결국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항로는 사전적 의미대로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空路)'로 해석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죄형법정주의란 국가 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해놓고 이 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항로의 정의가 항공보안법 등 관련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항로를 사전적 의미보다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죄형법정주의를 언급하면서도 항로에 지상로를 포함해야 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항공보안법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항로에 지상로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항공보안법 입법 당시 주요 목적은 주로 항공기 납치 행위 등 위험성이 높은 행위에 대한 규제로 법정형을 징역 1년에서 10년 이하로 높게 뒀다. 법이 개정되면서 납치와 무관한 각종 기내 폭력행위는 안전운항저해폭행, 직무집행방해, 항공기 내 폭언·소란 행위 등으로 유형화·세분화해 따로 처벌하고 있다.

그러므로 규제·처벌 대상의 범위를 넓게 하기 위해 항로의 의미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게다가 계류장에서는 항공기가 자체 엔진 동력을 켜고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견인차에 이끌려 공항 안전요원들의 지시를 받으며 이동한다는 점도 항로로 볼 수 없는 이유로 고려됐다.

재판부는 "계류장 내 이동은 항공기의 지상 이동 중에서도 가장 위험성이 낮은 단계이고 이 사건의 램프리턴과 같은 계류장 내 회항은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므로 이를 항로변경으로 보는 것은 형벌법규를 지나치게 확장 해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구속된 이후 143일만에 풀려나게 됐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한경스타워즈] 대회 참가자 평균 누적수익률 40%육박! '10억으로 4억 벌었다'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그림의떡' 안심전환대출 포기자들, 주택 아파트담보대출 금리 비교로 '반색'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