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 요리조리…'안전한 배달' 걱정 끝

입력 2015-05-22 21:25
수정 2015-05-23 11:38
Car & Joy
내달 BBQ 배달용으로 시범 운행되는 르노삼성 '트위지'

승용차 3분의 1 크기의 소형 전기차…1·2인승 두 종류로 스쿠터와도 닮아
국내선 아직 제대로 된 분류기준 없어…전기차 결정 땐 보조금 혜택 받아
배달용 스쿠터·경차 시장까지 넘볼 듯


[ 정인설 기자 ]
영화에서 ‘19세 미만 관람불가’인지 ‘전체 관람가’인지 여부는 작품성 못지않게 흥행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기준 중 하나다. 영화에서 관람객 폭이 대박의 관건이라면 자동차 같은 이동수단에선 운전자 범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기자전거는 전체 관람가 판정을 받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 만 16세 이하는 몰 수 없는 오토바이로 잠정 결론 나 국내 흥행에 참패한 것이다. 이제 또 하나의 주인공이 검열대에 올랐다. 바로 초소형 전기자동차다.

○자동차냐 오토바이냐

첫 주자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전기차 ‘트위지’다. 다음달부터 시범적으로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의 배달용 이동 수단으로 데뷔한다. 본격적으로 도입되려면 법률적 정비가 필요하다.

트위지는 바퀴가 네 개인 사륜자동차 모양이다. 자동차인 만큼 4인승이어야 할 것 같은데 1인승과 2인승으로 나뉜다. 폭 1.2m 남짓에 길이도 2.3m에 불과해 일반 승용차 3분의 1 크기다. 차 1대 주차하는 공간에 트위지 3대를 세울 수 있으니 크기로만 보면 영락없는 스쿠터나 오토바이다. 그런데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현행법에서는 자동차면 자동차고, 이륜 오토바이면 오토바이지 그 사이는 없다. 자동차관리법과 그 시행규칙에서 자동차는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 등 다섯 가지로만 구분할 뿐이다.

트위지는 바퀴와 구동방식으로만 보면 승용차여야 한다. 하지만 크기로 보면 이륜차다. 유원지에서 이른바 ‘삼발이’ ‘사발이’ 등으로 부르는 삼륜차와 사륜차도 바퀴가 세 개 이상 달렸지만 법적으로 이륜차로 분류한다. 운전대가 둥근 자동차 핸들 모양이 아니라 오토바이와 같은 막대(bar) 형태여서다. 트위지의 운전대는 핸들 모양이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에선 이륜차와 승용차 사이의 개념을 만들었다. 고성능 오토바이와 초소형 사륜차를 ‘L’이라는 목록으로 한데 묶었다. 트위지는 L의 가장 높은 7단계(L7e)인 중량 사륜사이클(heavy quadricycle)로 분류된다. 최고 시속 80㎞인 성인용과 최고 시속 45㎞로 만 16세 이상 청소년이면 운전할 수 있는 범용으로 나뉜다. 2012년부터 유럽에서 총 1만5000대 이상 팔렸다. 주로 배달용이나 운송용으로 쓰고, 개인들은 카셰어링과 도심 이동 수단 등으로 사용한다.

○경차와 오토바이 대체하나

트위지가 한국에서 흥행하려면 법적 구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출력 이륜차로 분류되면 최악이다. 125cc 초과 오토바이와 같은 대우를 받아 취득하기 까다로운 2종 소형 면허가 필요해서다. 전기 승용차로 결정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 없이 1200만원대에 팔리는데 수백만원의 보조금을 받으면 오토바이 가격 수준으로 내려간다. 배달용 스쿠터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차 폭이 좁아 좁은 골목길을 다닐 수 있고 주차하기 편한 것은 오토바이 이용자들이 탐낼 만한 부분이다. 오토바이보다 안전하고 비 오는 날도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이 퀵서비스 사업자들에게 매력 포인트라는 게 르노삼성 측의 설명이다. 보조금을 포함한 가격은 경차 값의 절반이어서 경차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첫 테이프는 BBQ가 끊었다. BBQ는 우선 6개월간 5대를 시범적으로 운영해본 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전체 매장 스쿠터를 트위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법적 문제는 서울시가 돕고 있다. 서울시는 트위지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 넣을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에 제도 정비를 건의할 방침이다. 트위지 문제가 순탄하게 풀리면 도요타도 트위지와 비슷한 삼륜 전기차 ‘아이로드’를 국내에 들여올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형태여서 여러 측면을 검토해 차종을 정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차량 구분 기준을 다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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