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해외펀드에 대신 준 462억 전액 반환해라"
한맥 파산관재인 예보 "시스템 미비로 회사 파산…거래소가 배상해야"
[ 정소람 / 김태호 기자 ] “해외 펀드에 대신 지급한 돈 462억원을 갚아달라.”(한국거래소 측)
“거래소 시스템 미비로 회사가 파산한 만큼 거래소 측이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예금보험공사 측)
2013년 말 파생상품 주문 실수로 인해 462억원의 손실을 보고 파산한 한맥투자증권(이하 한맥) 사태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의 첫 공판이 22일 열렸다. 지난 2월 한맥이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파산관재인인 예보가 거래소를 상대로 전면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 416호 법정에서 열린 1차 변론기일에서는 거래소를 대리하는 태평양과 예보를 대리하는 광장의 변호인단이 각각 출석했다. 양측은 이번 소송에 대비해 각각 6~7명의 정예 변호인단을 꾸렸다.
한맥을 상대로 대납한 금액을 돌려달라며 파산채권 확정의 소를 제기한 거래소 측은 이날 채권 462억원 전액에 대한 반환을 청구했다. 반면 예보는 거래소 시스템 미비로 입은 400억원대 손해를 배상받아야 한다며 재판부에 금융거래정보제출 명령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에 대한 반박 서면을 각각 받아보고 재판을 이어가겠다”며 오는 7월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다.
앞서 한맥은 2013년 말 코스피200옵션 종목에서 외주업체 직원이 컴퓨터 주문을 잘못 입력해 462억원의 손실을 봤다.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주문이 들어가 순식간에 3만7000여건의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거래소 시스템상 일괄 취소되지 않고 단위 건별로 취소 주문을 따로 내야 해 대부분의 거래가 체결됐다.
사고 직후 한맥은 착오 거래라며 금액 결제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래소는 다음날 손해배상공동기금에서 결제 대금을 주문 상대방에 지급했다. 이 중 호주계 펀드는 피해액을 한맥에 돌려줬으나 350억원가량의 이익을 취한 싱가포르 C사는 반환하지 않았다. 거래소는 대납한 금액에 대해 한맥에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한맥은 파산에 들어갔다.
이번 소송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주문 실수와 관련해 국내 거래소를 상대로 한 첫 소송인 데다 예보와 거래소 간 첫 법적 공방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주문 실수로 400억엔대 손해를 본 일본 미즈호증권은 일본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일부 인용 판정을 받고 107억엔을 배상받았다.
462억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해야 하는 주체가 누구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한맥의 파산 절차 향방도 달라질 전망이다.
정소람/김태호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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