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발레오전장, 금속노조 탈퇴할 수 있나

입력 2015-05-22 20:33
[ 배석준 기자 ] 기업별 지회가 산업별 노조의 승인 없이 상급단체를 탈퇴할 수 있느냐를 둘러싸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대법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의 노사 분규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 계획이다. 산업별 노조인 금속노조 발레오전장지회가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기업별 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변경한 사건이다. 이 사건 1심과 2심은 산업별 교섭 위주인 현행 체제의 특성을 인정해 발레오만도지회가 독자적으로 상급노조 탈퇴를 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급심인 1심, 2심과 달리 산별노조의 하부 조직인 기업별 지회가 산업별 노조의 승인 없이 상급단체를 탈퇴할 수 있다고 보는 진영은 기업별 노동조합의 자율성에 무게중심을 둔다. 산업별 노조 지회 조합원들도 산업별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거나 회사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라면 기업별 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속노조 등은 상급단체인 산업별 노조의 단결권을 중시하는 것이 단체법의 기본원리라고 말한다. 한 단체의 산하 기관 내지 조직이 결의를 통해 새로운 단체를 만들 수 없다?것이 단체법의 기본 법리다. 대법원의 이번 공개변론에 이어질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발레오 프랑스 본사의 한국 투자와 금속노조의 단결권 행사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찬성 / “금속노조, 개별노조 이익 대변 못해…조합원이 선택한 탈퇴 인정해줘야”

勞使분규 꺼리는 발레오노조 목소리 존중해야

산업별 노조의 하부조직인 지회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의결해 기업별 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지가 대법원 심판대 앞에 섰다. 사안을 보면 경북 경주에 있는 발레오만도 노조는 총회 결의를 거쳐 2001년 2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지회로 조직 형태를 변경했다. 9년이 지나 이 금속노조 지회는 2010년 2월 회사의 경비업무 외주화 방침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맞서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런데 노사분쟁이 평행선을 그으며 장기화되자 지회에 소속된 조합원들이 이른바 ‘조조모(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를 조직해 총회를 소집했다. 안건은 지회의 조직 형태를 기업별 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과도한 투쟁적 노조주의에 혐오감을 가지게 됐고, 아울러 프랑스 본사에서도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풍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지회 조합원 601명 중에서 550명(91.5%)의 압도적인 다수가 참석한 총회에서 536명(97.5%)의 찬성으로 금속노조 지회를 기兌?노조로 전환하기로 결의했다.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생존권 보호를 위해 총의를 수렴해 재차 기업별 노조로 환원한 것이다. 순리(順理)에 따라 노조의 조직 형태를 전환한 일대 사건이었다. 결국 조직 형태 변경은 단결권의 향유 주체인 조합원들이 스스로 선택해 결정한 문제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조직 형태를 변경한 전후로 노조의 ‘실질적 동일성’을 유지했고, 재산관계 및 단체협약의 주체로서의 지위도 승계했다. 그리고 기업별 노조는 관할 관청에서 노조설립 신고증을 교부받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종전의 하급심 법원에서는 지회는 하나같이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의 체결 능력을 갖춘 독립된 노조로 볼 수 없기에 기업별 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한다는 내용의 다수 조합원이 찬성한 총회 결의는 따져볼 필요도 없이 무효라고 판결함으로써 사달이 났다. 결국 사건은 대법원에 상고돼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우여곡절 끝에 사실상 조직 형태가 변경된 지 무려 5년이 지난 5월28일에 대법원 대법정에서 공개변론이 예정돼 있다.


현행 노동법은 조합원들이 노조의 조직 형태를 자주적으로 결정·변경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업별 노조도 언제든지 조합원들의 민주적인 의사 결정에 따라 산업별 노조 지회로 전환할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별 노조 지회의 조합원들도 산업별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거나 회사 형편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기업별 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법원은 헌법상 보장된 적극적 단결권 및 행오?자유의 실질적 보장법리를 건전한 사회통념과 상식을 바탕으로 해석해야 한다. 집단 내지 개별탈퇴 금지조항인 노조 ‘규약’만을 형식 논리로 해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별 노조로 들어온 것은 우리 편이지만 기업별 노조로 나간 것은 남의 편인가? 이런 상황은 노동계 내부의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패러독스(역설)인 듯싶다. 산업현장의 진정한 목소리에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 성숙된 노사관계를 구현하기 위해 산업현장의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인식에도 부합하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회의 대부분 조합원이 기업별 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한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대 / “지회에서 기업별 勞組로 전환 결의…상급노조 허가 없이는 불가”

기업별 노조는 사측 회유 등에 휘둘릴 가능성

한국의 노동운동은 일제 강점기 시절, 광복을 찾으려는 우리 민족의 열망이 타오르고, 자본주의 경제가 한반도 지역에도 서서히 뿌리내림에 따라 노동자들도 단결해 인간다운 삶을 찾고, 제국주의에 맞서 자주적이고 자유로운 독립국가를 되찾기 위해 투쟁한 데 뿌리가 있다. 그리하여 민족 전체를 아우르고, 군국주의와 반인류 독재에 반대하며 인간 존엄과 생명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서방 세계 많은 나라와 식민 억압에서 해방되기를 갈망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대륙 민족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

또 우리 헌법이 천명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민주이념, 민주개혁과 민족의 평화적 통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기본 이념을 바탕으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의 일원으로 사회 각계각층과 함께 미래를 열어나가고 있다.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우리의 질풍 같은 역사의 흐름에 대응해 산업별 노동조합과 기업별 노동조합을 가르는 관점에서 고찰하면, 초기에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발전과 융성, 질곡의 시기에는 기업별 노동조합의 강제와 산업별 노동조합의 억압이라는 도식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한국은 1953년 제정 최초 노동조합법부터 단체협약을 ‘공장·사업장 기타 직장 단위’로 한정했다. 아울러 주요 산업별 노동조합이 광복 후 격동기에 모두 거세되면서 기업별 노동조합이 보편적 노동조합이 돼 군국주의에 뿌리를 둔 일본 외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이한 노동조합 조직을 가진 나라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1980년 군부 독재 세력은 ‘근로조건 결정권이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근로자 30인 이상 또는 5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해 기업별 노동조합을 법으로 강제하기까지 했다. 이런 기업별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노동조합 간부 밀착화, 노동조합의 어용화를 가져오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독일의 경우 사업장 내 근로조건에 관한 많은 문제는 노동조합 대신 노사협의회로 해결하고 있다.


단체 법리를 보아도 기업별 노동조합이 산업별 노동조합 지회로 조직 형태를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 거꾸로 노동조합의 산하조직이 단위 노동조합으로 조직 변경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별 노동조합은 그 자체가 하나의 단체이고 권리주체이기에 기관인 총회에서 조직 형태 변경을 결의하는 것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하지만 한 단체의 산하기관 내지 조직이 결의를 통해 새로운 단체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단체법의 기본 법리다. 개별 탈퇴 후 새로운 단체 결성이라는 방법이 충분히 존재하고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판례는 독립한 노동조합이라고 볼 수 있는 산업별 노동조합 기업 단위 지회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 노조 금지 제도가 없어진 지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이를 인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다음주 목요일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연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 변론을 통해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아가며 그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노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보다 더 긍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게끔 하는 지혜가 도출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노동조합 본연의 활동에 합당한 조직 형태를 가질 수 있게끔 하는 현명한 대법원 판결을 기대한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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