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MC와 버핏의 공통점은? 사람 움직이는 정치력 갖춘 리더

입력 2015-05-22 07:03
경영학 카페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이해관계자를 움직이게 하는 과정이 정치


정치 얘기만 나오면 머리를 흔드는 사람이 많다. 더구나 ‘조직정치’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우리 조직에서는 정치가 통하지 않는다” “나는 일하는 사람이지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항변하는 사람도 많다. 꼭 그래야 할까. 정치를 하나도 안 하는 리더를 만난 부하 직원들은 일하기가 어떨까.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부하고 활용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를 움직이는 과정이다. 특히 리더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 및 이해관계자들을 움직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부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정치다. 경영학자 제프리 페퍼가 쓴 책 ‘권력의 경영’에 경영자 4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어느 조직이든 정치행위가 있다’, 89%가 ‘리더라면 이런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결과가 나온다. 리더에게 정치력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질이라는 얘기다.

어떤 리더에게든 정치력의 중요성은 적용된다. 국민MC라는 평을 받는 모 연예인의 경우?그렇다. 그에게는 즐거움과 재미 추구라는 예능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목표가 명확하다. 이를 위해 출연자들을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어느 한 출연자가 소극적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다. 방송 선배이자 메인MC로서 열심히 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신 출연자가 움직일 만한 ‘꺼리’를 만들어낸다. 주변 사람들을 동원해 계속 에피소드를 찾는다. 결국 소극적이었던 그는 ‘소심한 투덜쟁이’라는 캐릭터를 얻고 충분한 방송 분량을 뽑아낼 수 있었다. 이런 능력이 어떻게 정치와 상관 있냐고? 정치의 구성요소를 따져보자.

정치에는 일단 다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권력)이 있어야 한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권력도 뉘앙스상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역으로 리더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힘, 즉 권력이 있어야 한다. 권력은 공식적인 직위로부터도 생기지만 개인적인 능력이나 자질로도 얻을 수 있다. 메인MC라는 것은 공식적인 권력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방송의 흐름을 읽는 능력,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찾아내는 능력 등이 있기 때문에 그가 어떤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때 주변 사람들이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워런 버핏. 그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몇 만명의 사람이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 오마하로 몰려든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대단한 권력이다. 그런데 권력만 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나의 힘으로 타인을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을 움직이긴 하되 그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때 결과는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럴 때 영향력이 필요하다.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명분과 실리가 중요하다.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움직여 자발적인 동기를 주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명분으로 가슴에 불을 지피고 그로 인해 각자가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머리로 이해하게 한다. 위에 언급한 국민MC의 코미디 사랑은 유명하다. 어려운 선후배를 돕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코미디를 살린다는 명분에 많은 사람이 기꺼이 동참한다. 자발적으로 그를 위해 움직일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다.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 주변에 왜 사람들이 많은가와 같은 맥락이다.

일을 하다 보면 실무자끼리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부서장들이 만나 좀 풀어주면 좋을 텐데 생각한 적이 있을 거다. 우리 상사는 힘이 없어 우리 팀이 매번 손해보는 것 같다고 푸념한 적도 있을 거다. “나는 정치를 안 하는 사람이야.” 아직도 이렇게 말하는 리더가 있다면 뒤를 돌아보라. 정치력 없는 당신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부하 직원들을….

조미나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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