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후보자 황교안] '사정(司正) 지휘자'를 국정 2인자로…박근혜, 질책 한번 안했을 만큼 신임

입력 2015-05-21 20:48
왜 황교안인가

실행력 뛰어나…개혁 드라이브 적임자 판단
"직언 스타일 아니고 소통 이미지 부족" 평가도


[ 정종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사정(司正)당국의 정점에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 여권 내 친박(친박근혜)계 한 의원은 “현 정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한 박 대통령 의중이 확연하게 읽히는 인사”라고 말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따른 국정 위기를 “본인이 한 번 써봤고, 믿을 수 있는 개혁 성향의 인물을 내세워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중이 강하게 담겨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참모도 박 대통령의 ‘나침반론’을 들어 “등산할 때 지도에 의존하기보다는 나침반만 보고 방향이 맞다면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가는 박 대통령 스타일이 전형적으로 묻어난 인사”라고 말했다.

◆중단없는 사정 개혁 의지

박근혜 정부 3년차 개혁을 주도하던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파문’에 연루돼 낙마한 지난달 말,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는 후임 총리에 대해 청문회를 통과할 ‘무난한 인물’이면 된다는 시각이 많았다. 여권 쪽에서 청문회 통과가 상대적으로 쉬운 정치인 출신을 거론한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 의중에는 당초부터 자리만 지키는 총리는 없었다”며 “개혁 의지가 강하고 내각을 장악해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 있는 인물을 찾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위원회(위원장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는 이런 의중에 따라 100여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검증을 거쳐 압축된 2, 3명의 최종 후보를 지난주 박 대통령에게 올렸다고 한다. 여기에는 황 후보자는 물론 황찬현 감사원장 등도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성완종 파문’이 터진 후 정치권의 돈거래 관행과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며 “검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정 개혁 드라이브를 수행할 적임자로 황 후보자를 낙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황 후보자는 현 내각 멤버 중 박 대통령의 신임이 꽤 두터운 편에 속한다. 내각의 한 장관은 “격주로 열리는 국무회의 보고 때 적어도 한두 번은 지적을 받거나 질타를 당하기도 하지만 황 후보자가 꾸중을 들은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국정철학 공유도 100%에 가깝다”고 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각종 회의 때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으면 독일 병정처럼 곧바로 실행으로 옮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한 번은 국무회의 때 박 대통령이 청년실업 문제를 강조하자 법무부로 돌아가 간부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법무부는 청년실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모른 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자”고 해 법무부가 청년 인턴 채용에 앞장선 일도 있다고 한다.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날 브리핑에서 언급한 황 후보자의 ‘조용하고 철저하고 단호한 업무 스타일’을 박 대통령도 좋아했다고 한다.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등 현안들을 소신 있게 돌파하는 능력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현 정부 초대 내각 멤버로 2년 넘게 장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나, 총리 인선 때마다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돼 온 것도 이 같은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책임 총리 역할 제대로 할까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정점으로 한 경제팀과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거느리는 사회팀을 아우르며 내각을 통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시각도 있다. 국정 ‘2인자’로서 책임 총리에 걸맞게 ‘직’을 걸고 박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스타일도 아니라는 평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약점으로 꼽히는 소통과 통합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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