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소득층이라 여기는 중산층 늘어난 이유

입력 2015-05-21 20:41
수정 2015-05-22 05:55
"공식 중산층 70%, 체감중산층 51%
소득 늘었지만 주거비용 등 부담 커
자긍심 높이는 '삶의 질 개선' 절실"

이준협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ododuk1@hri.co.kr >


중위소득의 50~150%에 속하는 중산층 비중이 다시 70%선을 회복했다. 2인 이상 도시가구 기준으로 한국의 공식 중산층 비중이 2005년에 69.2%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70.0%를 기록했다. 1990년의 75.4%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2008년 66.3%를 최저점으로 6년 연속 상승한 결과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체감중산층 비중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체감중산층 비중은 2003년 56.2%에서 2013년 51.4%로 낮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도 2013년 51.8%에서 2014년에 51.2%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중산층은 느는데 체감 중산층은 줄어 그 비중이 20%포인트 가까이 차이 나는 기현상 앞에 우리는 놓여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산층의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와 주거비 부담 때문에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여가를 즐길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통계는 이런 상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중산층의 월 소득은 1990년 82만원에서 2014년 391만원으로 연평균 6.7% 늘었다. 고소득층의 6.5%, 저소득층의 5.9%보다 더 빠른 속도다. 중산층 중에서 맞벌이가구가 15.1%에서 36.3%로 급증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같은 기간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은 매우 크게 늘었다. 중산층의 전세보증금은 1990년 890만원에서 2014년 1억2229만원으로 연평균 12.1% 상승했다. 소득증가율의 두 배에 육박한다. 교육비 부담도 커졌다. 소비지출 중 교육비 비중은 1990년 13.4%에서 2014년 17.0%로 3.6%포인트 상승했다. 여가를 즐길 여유는 적어졌다. 중산층의 소비지출에서 오락·문화비 비중은 1990년 5.9%에서 2014년 5.6%로 0.3%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 대표적인 고비용 사회다. 무엇보다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아 모든 가계의 부담이 되고 있다. 전세가 폭등으로 주거비 부담도 고통스러울 정도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하우스푸어’는 빚을 갚느라 소비지출을 줄여야 할 판이다. 정부 공식통계로는 올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8%에 그쳤지만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3.3%에 이른다. 지출해야만 하는 품목은 많고 체감물가는 높다 보니, 중산층 소득으로는 중산층 수준의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실질적인 중산층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여기는 기현상, 수치상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은 악화되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기현상은 우리 사회의 불안과 불만,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산층의 자긍심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사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여가와 문화 활동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쁜 일자리 10개보다 좋은 일자리 1개를 만드는 것이 중산층의 자긍심을 키우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

또 맞벌이 확대를 위해 일·가정 양립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교육을 살려 사교육비를 줄이고 보육비 부담도 경감해야 하며,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까지 저렴한 공공 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오락문화 서비스를 개발해 중산층의 여가 및 소비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중산층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것과 더불어 증세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준협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ododuk1@hr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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