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7) 불확실성과 기회

입력 2015-05-20 21:27
수정 2015-10-07 09:31
유진 < 한양대 교수 >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2~3시간 일찍 공항에 가는 것은 공항 도착과 출국에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한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에도 적절히 대처해야 하는데, 투자에서는 불확실성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역설적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갑이 오늘 50억원을 투자하면 매년 말 동일한 액수의 현금을 영구히 창출하는 사업(A)이 있다 하자. 단 현금의 크기는 불확실해 1년 후 호황 시 매년 10억원, 불황 시 매년 -2억원(손실)이 발생한다. 각 확률은 0.5이며 이 불확실성을 감안한 할인율을 10%라 하자. A로부터 매년 말 평균적으로 [10+(-2)]/2=4억원이 발생하므로 이 현금을 10%로 할인하면 A의 현재가치는 40억원으로 산출된다. 그리고 오늘 지출할 50억원을 감안하면 A의 순현재가치는 -10억원이므로 갑은 A를 거부해야 한다.

그런데 A의 호불황 여부는 1년 후 판가름되므로 이때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새로운 기회가 도래할 수 있다. 가령 호황일 경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면 다시 50억원을 투자해 매년 말 10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불황이 도래하면, 매년 2억원의 손해를 볼 이 사업을 이 시점에서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호황 시 A의 현금흐름은 오늘 -50억원, 1년 후 10억-50억=-40억원, 2년 후부터는 매년 10억+10억=20억원이다. 또 불황 시 A의 현금흐름은 오늘 -50억원, 1년 후 -2억원이고 그 이후는 0원이다. 이런 융통성을 감안한 A의 평균 현금흐름은 오늘 -50억원, 1년 후 [-40+(-2)]/2=-21억원, 2년 후부터는 매년 10억원이고, 이 수치를 10%로 할인해 구한 A의 순현재가치는 약 22억원으로 갑은 A를 수용해야 한다.

이처럼 투자 시점의 불확실성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기회를 ‘실물옵션’이라 하는데 이를 잘 파악해 가치평가에 반영할 때 최적 투자가 가능하다. 투자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위험으로만 보지 않고 가치 창출의 기회로 파악한 벤처투자가들이 없었다면 3차원(3D) 프린터, 드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무인 혹은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현재 전 세계를 리드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온전히 존립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진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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