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은행 '쪼개팔기' 시동…중동에 러브콜

입력 2015-05-20 21:09
마켓인사이트

UAE 간 박상용 공자위원장, 중동 국부펀드에 매입 요청
경영권 아닌 분할매각으로 다섯 번째 민영화 추진


[ 정영효 / 이태명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20일 오후 4시45분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연내 재추진될 전망이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중동 국부펀드를 방문해 우리은행 지분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10월 이후 네 차례 시도해 모두 무산된 우리은행 민영화가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중동 국부펀드와도 접촉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지난 17일 김승규 우리은행 부사장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아부다비국부펀드 측에 우리은행 소수지분 투자 의향을 타진했다. 박 위원장은 모건스탠리가 19~21일 영국 런던에서 여는 ‘2015 글로벌 이머징마켓(GEMs) 콘퍼런스’에도 들러 카타르, 쿠웨이트 등의 국부펀드에 지분 투자 의사를 타진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이 우리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 해외 로드쇼에 참석하는 건 2013년 취임 후 처음이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주관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수장이 직접 중동 국부펀드와 접촉해 투자 의사를 물었다는 점에서 2010년 이후 다섯 번째 이뤄지는 민영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매각 측 관계자는 “우리은행에 대한 중동 국부펀드의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한 방문”이라며 “구체적인 매입 지분율과 가격이 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이번에 만난 중동 국부펀드들의 수요를 파악하면, 그 결과를 보고 정부가 매각 방식을 확정지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분 분산매각 성공할까

금융시장에선 박 위원장이 경영권 지분(30% 이상)을 살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국부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접촉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은행 민영화가 경영권 지분 매각을 시도하다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번엔 지분을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산업자본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한도인 4%씩을 나눠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아직 어떤 형태로 민영화를 추진할지 확정한 건 없지만,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8월 이내에 매각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택할 경우 성사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앞서 네 차례의 민영화에서는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을 한 번에 매각하거나 경영권 지분(30%)과 소수지분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식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갈 것으로 보고 투자 의사가 있는 국내 대기업, 재무적 투자자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영효/이태명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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