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訪北 유엔사무총장
임금 갈등·사드 논란 해소 기대
반 총장 "평양도 방문하고 싶다"
대권 선긋기
"성완종과 정치협의한 적 없어
대선 여론조사 후보서 빼달라"
[ 전예진/김대훈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한다. 반 총장의 북한 방문은 유엔 사무총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최근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 실험과 개성공단 임금 인상 갈등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치권 “대선 주자 이미지 부각”
반 총장은 1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WEF) 개막식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열고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22년 만에 북한에 발을 디디는 유엔 사무총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사무총장이 1993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평양에서 김일성 전 주석을 만난 게 마지막이다.
반 총장은 개성공단 방문 목적에 대해 “남북한 간 장점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범 사업이라고 여겨 왔다”며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 어린이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른 유엔 유관기관의 리더들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21일 경의선 육로로 개성공단을 방문해 현황 브리핑을 들은 뒤 북한 근로자를 만나 격려하고, 입주 기업 및 의료시설 방문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북한이 국가 수반급인 반 총장을 영접하기 위해 어떤 인사를 내보낼지도 주목된다. 유엔 측은 반 총장 방한에 앞서 북측에 개성공단 방문 의사를 타진했고, 북측은 우선 구두로 승인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외교부 장관 시절인 2006년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 등 외교사절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정부는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이 근로자 임금 인상을 둘러싼 남북 갈등과 최근 북한의 SLBM 실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논란 등으로 높아지고 있는 남북 간 긴장감을 일정 정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막연설을 통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유익한 시점에서, 해당 모든 관련국과의 합의를 통해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별도로 북한을 방문할 의사가 있음을 나타냈다.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향후 남북문제에서 중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뜻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남북문제를 고리로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譴訣嗤?부각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국내 정치에 관심 가질 여력 없다”
그러나 반 총장은 자신이 차기 대선 주자로 오르내리는 데 대해 “국내 정치는 한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분이 많이 있으므로 그런 분들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서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나에 관한 추측이나 정치적 행보가 어찌될 것인지, 여론조사를 한다든지, 이런 것은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며 “다음부터 여론조사 기관들도 나를 포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촌음을 아껴 국제 평화와 안전, 기후변화, 인권보호 등 중차대한 인류 가치를 위한 일에 모든 힘을 바치겠다”며 “내가 훌륭하게 임기를 마치고 고국에 돌아와서 여러분에게 자랑스럽게 인사할 수 있고 여러분도 나로부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포함한 누구와도 국내 정치에 대해 협의한 일이 없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일이 없고 그럴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조카 반주현 씨의 국제 사기 연루 의혹에 대해 “경위 여하를 불문하고 이런 문제가 불거져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대단히 민망스럽게 생각한다”며 “조카의 사업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여한 일도 없고,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예진/김대훈 袖?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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