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I 7년째 하락 행진
올 4월까지 선박 해체량
작년 전체 물량의 2배
[ 김보라 기자 ] 철광석, 석탄, 곡물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 시황이 장기간 바닥에 머무르면서 선박 해체(스크랩)가 잇따르고 있다.
18일 미 해양전문지 마리타임리포트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전 세계 케이프사이즈 선형의 벌크선 해체량은 870만t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해체량(423만t)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현대상선이 올 들어 노후 벌크선 2척에 대해 해체 결정을 내렸다. 1990년 건조된 20만DWT급 현대유니버셜호와 15만1000DWT급 현대프라스페리티호다. 중국 국영기업인 차이나코스코홀딩스는 최근 벌크선 자회사가 보유 중인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13척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케이프사이즈 선형은 주요 석탄 산지에서 극동, 유럽을 주로 운항하는 배다. 재화중량톤수 기준 10만~17만t급의 대형 선박으로 하루 운영비는 7000~800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배를 빌려주고 받을 수 있는 용선료는 현재 운영비의 절반도 안 되는 2500~30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배를 운항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아예 폐선한 뒤 고철값이라도 챙기려는 것이다.
선사들이 선박 해체를 결정하는 것은 시황이 장기간 침체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세계 경제가 호황이던 2000년대 초중반까지 벌크선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벌크선운임지수(BDI)는 2008년 사상 최고인 1만1793포인트까지 올랐다. 선사들은 너도나도 벌크선을 발주했고 시장에는 벌크선이 넘쳐났다. 공급량이 많아지자 운임과 용선료는 점차 하락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 거품이 꺼지고 중국 성장률마저 꺾이면서 BDI는 수년째 내려앉아 올 들어 30년래 최저치인 509포인트까지 떨어졌다”며 “시황이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선박 운항 중단이나 폐선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BDI는 18일 634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시황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장기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마이클 파커 씨티그룹 해운투자 부문 대표는 “BDI가 급반등하지 않는 이상 케이프사이즈보다 작은 파나막스급, 핸디막스급, 핸디사이즈급 선박 폐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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