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방한해 오늘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연다고 한다. 케리 장관이 방한하기는 1년3개월 만이다. 그사이 한·미 관계에 많은 일이 있었다. 전통적인 우방 관계가 눈에 띄게 약화됐는데 대부분 우리 측이 자초한 일이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TPP 참여에 대해서는 미적대다가, 중국과의 FTA 체결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에 집착하다 한발짝도 진척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에서 거둔 성과도 변변찮다. 양국 정상이 서로 방문하는 등 외교적 이벤트는 많아졌지만 사드 문제 등으로 간극만 벌어졌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면서 새로운 밀월시대를 열어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미·일·호주 간 삼각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워싱턴 일각에서 ‘한국 배제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3월 조찬장에서 테러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이 일본 엔화와는 달리 한국 원화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외교장관이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만큼 이번 기회에 굳건한 한·미동맹 의지를 미국에 전해야 한다. 보도에 따 8?케리 장관은 우리 측에 한·일 관계 개선을 독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자는 이 메시지에 우리 외교부가 무언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 표면적인 문제가 없으니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윤병세식’ 이중어법으로는 절대로 풀 수 없다.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은 이미 방향을 바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 과거사 문제는 언급을 피하는 대신 중국이 주도하는 AIIB 참여 권유 발언으로 일관했다. 한국만 비정상적 열정으로 과거사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국제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국익 앞에서 언제든 유연하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이 외교다. 한·미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